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외국인은 봉” 인식 버려라(의식의 세계화:4)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외국인은 봉” 인식 버려라(의식의 세계화:4)

입력
1994.01.09 00:00
0 0

◎“불친절·바가지”로 나쁜 이미지/관광산업 등 경쟁력 약화 재촉/“우리 모두가 주인” 뼈저린 자각 앞서야 「예약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식사도 마치기 전에 뷔페레스토랑에서 쫓겨났다」「계약내용과 상품내용이 다르다」 「출입문에 부착된 가격과 다르다」 

 외국인들의 호텔등에 대한 불편신고 내용의 일부다. 직업의식 부재가 빚은 것이다. 이같은 불만은 관광뿐만 아니라 제조업등 각 분야에 걸쳐 있다. 투철한 직업의식의 부재는 경쟁력의 약화로 직결된다.

 세계를 향해 우리의 문호를 활짝 연 94년은 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우리의 의식수준을 다시 검증받는 해다. 88년이 질서의식등 손님맞이를 잘 하는데 중점이 주어졌다면 올해는 우리가 급변하는 세계속에 우뚝 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가늠하는 해다. 모든 직종 모든 계층이 각자의 직분에 충실하지 않고는 긍정적인 답을 얻을 수 없다.

 정부는 특히 올해를 한국방문의 해로 정해 외국손님맞이 채비를 해왔다. 이 행사를 발판으로 2000년에는 세계10대 관광국으로 도약한다는 장미빛 청사진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밝지 않다. 

 관광산업은 굴뚝없는 공장이면서 고부가가치에다 민간외교등으로 불린다. 우리는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부재등으로 얼룩진 불친절한 나라로 외국인들에게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12위 무역대국이 관광에 있어서는 30위 밖이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전문가들은 불친절과 함께 외국인을 봉으로 여기는 일부의 그릇된 인식이 근절되지 않는한 한국은 볼 것 없고 비싸고 불친절한 나라로 머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외국인의 관광은 사치요 낭비라는 인식이 우리에게 팽배해 있다. 이는 한건주의 바가지 상혼으로 이어진다. 결과는 관광이 생활화돼 저렴하고 좋은 서비스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두번다시 찾기싫은 곳이다. 지난해 11월 현재 1인당 소비달러가 우리 해외여행자가 1천6백98달러인데 비해 외래관광객은 1천65달러로 6백달러이상이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우리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돼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10월까지 한국관광공사에 접수된 관광불편신고현황을 보면 총 4백11건중 호텔이 1백22건(29·7%), 택시 85건(20·7%), 쇼핑 37건(9%)순이라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모두가 주인의식, 최고·일류의식이 없는데서 빚어지는 일이다. 견본은 우수하나 수출된 상품은 하자가 많다는 불만은 두번이상의 거래를 불가능하게 한다. 종업원의 잘못만으로 치부돼서는 안된다. 철저한 직업의식을 갖도록 공무원은 공복의식을, 기업가는 기업가윤리를 공고히 해야 한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산다」는 말이 과연 진부한 말인가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우리 제품이, 우리 가게가 최고라는 자긍심은 공무원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업주와 종업원이 합심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양대 손대현교수(관광학)는 『단순히 외국인을 친절하게 대해주라는 식의 발상은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정부차원에서 관광등 모든 산업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작업을 꾸준히 실천, 국민모두의 의식을 자연스레 바꾸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정창영교수(경제학)는 『외국인을 봉으로 여기는 풍조가 있었으나 지금은 우리도 경제적으로 대등한 입장에 있다』며 『외국인들은 겉으로는 풍족할 지 모르나 절약등 합리적인 생활방식이 체질화되어 있는 만큼 일시적으로 바가지를 씌워 한 몫 보려는 생각은 국가경제를 좀먹는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공항에서 모범택시운전사가 여행가방을 강제로 트렁크에 집어넣는 바람에 서교호텔까지 4만원을 지불, 이 일로 일정을 6일이나 앞당겨 귀국했다』는 일본인 가토씨의 말이나, 『같은 회사제품인 불고기 양념이 1천원에서 1만5천원까지 천차만별에다  3박4일간의 여행중 가이드가 매일 돈을 요구했다』며 『이것이 서울에서의 일상적 관행이냐』고 묻는 홍콩인 랑콰이와씨의 말을 되십어 볼 때다.【이종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