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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공인의식(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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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공인의식(사설)

입력
199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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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내각의 출범과 더불어 개혁의 제도화가 강조되고 있다. 서슬 시퍼런 사정바람으로 개혁의 구도가 잡힌것으로 보고, 이제부터는  복지불동에서 깨어나 공직사회의 활성화를 꾀하며 제도를 통한 변화를 계속 추구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역시 의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한층 절실하게 제기된다. 정치인과 정부고위직의 재산공개에 이어 하위직에 대한 사정결과 갖가지 비리 관련자가 적발되어 파면·면직등 인사조치가 단행되었다. 서울시만해도 5급이하 공직자중 1백97명의 해당자가 드러났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어이없게도 서울시의 한 구청장이 「멸치선물」 말썽을 일으켜 직위를 해제당하는 추태를 연출했다.

 물의를 불러 일으킨 내용부터가 낯이 뜨겁다. 해직된 구청장은 지난 연말에 관내 통·반장들에게 선물을 돌렸다. 배포한게 저급품 마른멸치였다. 내용물이 저급일뿐 아니라 무게도 모자라고 비싼값에 사들였다. 또한 납품계약자가 엉뚱하다. 당초의 수산업협동조합이 아니라 평통 자문위원이 조합명의를 도용하여 계약한것이다. 사실 자체만 보면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 행태를 따져보면 비리의 의식과 구조가 어떻다는게 확연히 드러난다. 정성 하나로 충분한 선물에 속임수를 써도 괜찮다는 생각부터가 큰 문제로 떠오른다. 게다가 평통 자문위원이 끼어든게 더욱 불쾌하고 얄밉기조차 하다. 과거의 관례가 그러했는지 모르나 오늘과 같은 개혁시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것은 매우 냉소적인 현상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윗물이 맑아야」를 외친다 해도 밑으로부터의 변화가 없다면 공염불이 된다는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공직사회의 의식전환은 이래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의식의 변화란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설마 이쯤이야」하는 생각부터 고치면 된다고 확신한다. 큰것만 생각하지 말고 사소한 일을 뜯어 고치면 사회는 빠른 속도로 맑아진다.

 공직의 관념도 바귀어야 할것이다. 겉으론 대민봉사이고 속으론 군림하려는 자세로는 통하지 않는다. 사정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직무를 두려워해야 개혁에 걸맞는 공인이 될 수 있을것이다. 「멸치구청장」의 경우는 개혁이 아직 아래에 미치지 않고 있음을 반증함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개혁의 방향이 빨리 자리 잡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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