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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정책 줏대 없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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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정책 줏대 없다(사설)

입력
199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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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들어 시도됐던 물가자율화정책이 열흘도 못되어 철회되고 다시 물가관리정책으로 환원됐다. 전통적으로 「규제」와 「자율」 사이를 왔다갔다해온 물가정책의 일관성 결여가 다시 한번 입증된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물가자율화정책 철회를 이해한다. 해가 바뀐지 불과 1주일 사이에 각종물가가 경쟁적으로 오른 소나기식 물가인상 러시는 가공할만한것이었다. 연초부터 경제의 안정기조를 붕괴시킬것 같았다. 어느면에서는 물가의 수문을 다시 닫아놓은것이 다행인것인지 모른다. 물가인상러시를 계속 방치했더라면 연례적인 물가인상대목인 구정(2월10일)을 맞아 물가안정의 둑이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뒤늦게 놀란 정부는 물가상승에 다시 빗장을 질러 쌀, 쇠고기, 연탄등 일반시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30개 생필품의 가격상승을 5%수준으로 특별관리키로하고 음식료, 이·미용료, 숙박료등 개인서비스요금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아래 소폭 인상만을 허용키로 했다는것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와 국세청이 나서 담합인상과 부당인상을 강력단속키로 했다. 어떻든 자동차회사들은 2∼3%씩 인상했던 자동차값을 환원키로 했다는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물가인상억제책에 그동안 봇물터진것 같았던 물가인상러시는 일단 제동이 걸릴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물가자율화정책의 실패가 정재석경제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과 기대를 크게 훼손시킬지 모른다는것을 우려한다. 정부총리겸경제기획원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물가상승요인은 발생하는대로 반영하겠다』고 물가의 자율화를 공언했었다. 원칙상 정부총리의 말이 옳다. 인위적인 물가억제정책은 물가지수안정에는 기여할지 모르나 품질저하, 함량감축, 뒷돈거래등 물가구조를 왜곡시킬뿐 실질적인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가는 시장경제원리에 내맡기고 정부로서는 시장에서의 수요·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자유로운 거래환경조성을 뒷받침하는것이 바람직한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미성숙한 우리경제 체제에서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정경제팀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풀어 놓기만 한것이 가격인상러시를 가져온것이다. 부당인상이나 편승인상 또는 담합인상에 대한 세무조사, 공정거래위반혐의조사등 정부의 법적대응을 경고했어도 이번과 같은 소나기 인상을 상당히 억제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뭣보다 이번 물가인상러시를 촉발한것은 연초의 공공요금인상이다. 자업자득이라 하겠다. 공공요금인상은 시기적으로 연초를 피하고 연중 분산시키는것도 생각해봐야 할것이다. 공기업도 경영합리화로 원가상승요인의 일부를 흡수하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물가자율화정책은 포기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또한 정부가 이번 물가정책번복을 교훈삼아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폭적인 「규제완화」에서는 시행착오를 극소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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