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 「스테이츠먼」의 죽음/홍희곤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 「스테이츠먼」의 죽음/홍희곤 국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4.01.08 00:00
0 0

 영어의 「폴리티션」(POLITICIAN)과 「스테이츠먼」(STATESMAN)사이에는 미묘하면서도 큰 뜻 차이가 있다. 폴리티션은 일반적 의미의 정당정치인이다. 나쁘게 말하면 정치꾼이다. 스테이츠먼은 당리당략을 초월한 정치인이다. 폭넓은 존경을 받는 정치가에게 주어지는 「칭호」이기도 하다. 지난 5일 타계한 토머스 오닐전미하원의장은 말 그대로 스테이츠먼이었다. 상대당인 공화당의 보브 돌 상원원내총무조차 『오닐같은 정치가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오닐은 벽돌공의 아들이었다. 그 자신 서민가정 출신으로 언제나 유권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 철저한 서민정치가였다. 그렇다고 표에만 목을 걸진 않았다. 대통령이 어느 당 출신이건 행정부 견제에 가감을 두지 않았다. 몸집이 장대하고 통제가 어렵다해서 「연방예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때문에 사람 다루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던 로널드 레이건도 원칙주의자 오닐의 고집만은 어쩌지 못했다. 군비증강, 니카라과 반군지원, 사회복지축소 등 레이건행정부의 보수정책은 항상 오닐의 거대한 벽앞에 멈춰서 목청을 다듬어야했다.

 레이건의 화려한 언변은 오닐의 뭉툭한 눌변만 만나면 번번이 빛을 잃었다. 그만큼 그는 미국의회정치의 얼굴이었다. 그런 오닐이었지만 정확히 반세기에 걸친 정계생활을 마감하면서 어떠한 의식도 거부했다. 『50년간 미국의 변화를 지켜보고 그 변화의 일익을 담당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겸손해 했다.

 오닐은 물러날 때를 안 엄장한 거목이었다. 번드르한 90년대 정치놀음에는 적합치 않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193㎝에 1백20㎏이 넘는 거구의 오닐은 몸집만큼이나 행동이 투박했다. 매끄러운 혀도 갖지 못했다. 오닐로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대사를 외우는데 허비하는 배우」라고 혹평당했던 레이건도 그의 별세소식에 『미국은 가장 위대한 정치인을 잃었다』고 충심으로 슬퍼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