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흑인의 암울함 소울로 표현 소울은 감정에 호소하는 음악이다. 그러나 60년대 소울이 본격적으로 불려지기 시작한 이래 소울은 달콤한 감정들에 치중했다. 다이애나 로스로 대표되는 소울의 사랑타령은 흑인 특유의 끈적거림을 부드러운 음악으로 다듬어놓긴 했지만 그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암울함은 담아내지 못했고 오히려 외면해 버렸다.
많은 소울 앨범중에서 유독 마빈 게이의 71년작 「왓츠 고잉 언」이 이 명반으로 꼽히는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이 작품은 월남전, 궁핍, 불확실한 미래등 당시 흑인들이 직면한 현실을 통해 그들의 어두운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왓츠 해프닝 브러더」에서는 형의 전사를, 「이너 시티 블루스」에서는 흑인들의 어두운 내면을 노래했다.
그러나 이 앨범이 돋보이는것은 현실적인 주제와 솔직한 감정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러한 메시지를 프로테스트 송이나 설교조의 건전가요가 아닌 소울로 표현했다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왓츠 고잉 언」의 사운드는 세련되고 더러 화려하기까지 하다. 소울 특유의 백 코러스와 그의 부드럽고 감각적인 목소리를 살리면서도 오케스트라와 재즈를 도입해 다양함과 세련미를 더했다. 흑인 댄스음악에나 쓰임직한 리듬으로 약동감도 주었다. 때문에 이 앨범은 차분함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격렬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음반제작사인 모타운에서는 당초 상업성이 없다며 이 앨범의 발매를 꺼렸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8백만장 이상 팔리는 상업적인 성공은 물론 소울에 진지함과 풍부함을 불어넣었다는 호평도 함께 얻었다.【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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