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갖다왔다하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일반국민들은 물론 많은 사업자(업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30여년만에 출범한 문민정부가 지난해 전면적인 가격동결정책을 표방했을때만 해도 물가가 잡힌다는 생각에 동결을 문제삼지는 않았었다. 가격동결정책은 시장메카니즘을 행정력에 의해 일시 정지시키겠다는것이어서 가격구조왜곡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또 자율성·투명성·예측가능성을 경제정책운용의 대원칙으로 표방한 신정부가 가격동결정책부터 추진한것 자체가 난센스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러나 이를 크게 나무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김영삼대통령이 취임후 첫 대국민담화(3월19일)를 통해 직접 이같은 정책을 밝힐 정도로 경제여건이 절박했던 탓도 있었지만 그토록 고대하던 문민정부가 『잘 하려고 하는데 초장부터 재를 뿌릴 수야 있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기때문일것이다.
정부는 그때 모든 공공요금 연내동결을 분명히 약속했다. 6공정부가 새로 들어설 신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지하철요금등 많은 공공요금을 이미 인상한 상태에서의 연내동결이어서 문제가 없었던것은 아니었지만 파급효과는 컸다. 대기업들이 공산품가격의 1년동결을 들고 나올 정도였다. 정부는 그러나 이 약속을 스스로 깨고 말았다. 정부는 지난 연말 주요 공공요금의 대폭인상을 발표했다. 정부가 공공요금 동결정책을 해제, 가격현실화(인상)정책을 표방한것이다. 정부의 물가정책이 1년도 못돼 극(냉탕)에서 극(온탕)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사업자(업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공산품과 개인서비스요금을 경쟁적으로 올린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 뒤늦게 물가단속에 나섰지만 정부정책의 신뢰성에는 금이 가고 말았다.
경제팀장이 이경식부총리에서 정재석부총리로 바뀌었다 해서 후임팀이 전임팀의 대국민약속을 아무렇게나 저버려도 되는것인지. 못 지킬 약속은 애당초 하지 말아야 하지만 일단 약속을 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할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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