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고강도 비난… 대화의지 안보여 북한 김일성주석의 신년사는 경제건설에 역점을 두면서 미국을 비롯한 대서방관계개선에 강한 의욕을 나타낸것이 특징이다.
반면 관심사인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전민족대단결10대강령과 연방제등 기존의 통일노선을 반복하고 문민정부를 강한 톤으로 비난했을 뿐 대화진전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김일성주석의 신년사가 북한의 향후 대내외정책의 기조를 천명한것이라면 북한은 가능한한 우리측을 소외시킨채 고립탈피와 경제난 타개라는 과제를 성취해 나가려는 노선을 답습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측으로서는 올해 핵문제와 맞물린 대북정책과 관련, 우방과 북한의 접근을 무조건적으로 지원해야하는지, 또는 남북관계 진전을 대서방관계개선의 전제조건화하면서 북한고립탈피의 시간표를 조절해 나가야 하는지, 양극단의 중간점에서 뚜렷한 입장의 선택을 강요받게 될것으로 전망된다.
신년사는 총연설시간 27분중 약 절반정도를 경제부분에 할애함으로써 최우선순위를 부여했다. 김주석은 『94년은 사회주의 건설이 새로운 발전단계에 들어서는 혁명적 전환의 해』라고 천명하면서 구랍8일 당중앙위 제6기21차 전원회외에서 결정한대로 앞으로 3년동안의 완충기에 농업제일주의,경공업제일주의,무역제일주의방침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주석은 『변화된 환경에 맞게 대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신용을 지킬것』이라고 개방무역 지향을 강조했다.
김일성은 미국에대해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원칙을 지키라고 촉구, 대화를 강조하면서 대북압력은 사태를 파국으로 몰고 갈것이라는 위협을 되풀이했다. 한편으로 비동맹블록 뿐아니라 『자주권을 존중하는 자본주의 나라들과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혀 일본·서구 및 동남아국가들과의 외교관계 다변화의지를 내보였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비교적 강도높은 비난으로 일관, 지난해 신년사의 『자주적이고 성실한 태도라면 과거를 묻지 않고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라는 유화제스처와 상당한 대조를 이루었다. 『문민정부는 허울뿐이고 인민들이 더이상 기대할 것도 없다』는 불만스러운 언급이나 「특사교환 외면」,「외세의존」,「군사대결」등 우리측에 대해 사용한 용어들은 경색된 남북관계에 국면전환을 꾀하려했던 정부내 분위기와는 평행선을 달리는것이다.
이와관련, 북한은 우리측과 우회적방법에 의한 관계개선으로 고립을 탈피, 경제재건등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특사교환등 남북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거부의사표시는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야할것』이라면서 『남북대화를 뉴욕에서의 미국과의 협상결과에 따라 가변적으로 조절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당국자는 『금주중에는 남북대화에 관한 북측의 의사표시가 나올것』이라며 『이에따라 상반기중에 한두차례의 실무대표접촉후 특사교환합의,3단계 북·미고위급회담 성사등의 순으로 남북관계는 숨가쁘게 돌아갈 가능성이 도리어 클것』이라고 전망했다.【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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