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시민의식 체득·도약의 「디딤돌」로 갑술년 새해는 서울정도 6백주년인 동시에 세계를 향해 우리의 문호를 활짝 여는 「한국방문의 해」이다.
정부는 외국관광객 4백만명 유치와 관광수입 42억달러 획득을 목표로 90년9월 「94한국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3년 넘게 손님맞이 채비를 해왔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로 개방화 국제화의 큰 배를 막 승선한 상태에서 한국방문의 해는 시작일 뿐이다. 정부와 관광업계는 한국방문의 해 행사를 디딤돌로 삼아 다가오는 2000년에는 세계 10대 관광국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려두고 있다. 이같은 계획이 실현된다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관광객수는 7백만명에 관광수입은 1백억달러를 넘게된다.
국제화의 급속한 추진으로 2000년대 관광산업은 단일산업으로는 최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년 6억6천만명의 국제관광인파가 이데올로기의 장벽이 제거된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5천2백만달러에 달하는 여행비를 지출하는 황금시장이 창출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외국관광객유치를 위한 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해 왔다. 미국은 컬럼버스 신대륙발견 5백주년인 60년에 「미국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관광산업진흥을 위한 대대적인 행사를 열었고 태국(87년) 말레이시아(90년) 인도네시아(91년) 중국(92년)이 자국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관광자원개발에 박차를 가해 왔다.
태국의 경우 방문의 해를 개최한 87년 외국관광객수는 전년대비 23.4%(3백48만명), 관광수입은 36.6% (19억4천만달러)가 각각 증가했다. 인도네시아는 걸프전으로 경제가 어렵던 91년 방문의 해 행사를 치러 전년대비 17.9% 증가된 2백56만명의 외국관광객유치와 24억8천만달러에 달하는 관광수입을 올렸다.
이같은 예에서 보듯이 관광산업은 경제적인 측면뿐만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정치·문화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UR타결에 따른 시장개방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지난해 우리는 국제화를 선언했다. 우리가 과연 올바르게 국제화되고 있는가를 가장 민감하게 피부로 느끼고 검증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관광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교통부, 서울시등 정부관계부처는 한국방문의 해 행사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성숙된 시민의식과 친절이 중요함을 과거의 경험이 입증하고 있다.
예컨대 70년대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해오던 우리의 관광산업은 인류최대의 축전이라는 88올림픽개최를 고비로 오히려 침체에 빠져 관광수지 적자국이라는 오명을 안게됐다. 88올림픽 당시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외국관광객들이 택시횡포, 상품강매 및 바가지, 숙박시설 부족, 서비스업종사자들의 불친절등으로 한국에 대해 좋지않은 이미지를 지닌채 돌아간 결과였다.
영국의 「비즈니스 트래블러」지는 최근 서울을 파리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불친절한 도시라고 소개, 우리가 아직 성숙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에는 자질이 부족함을 아프게 꼬집었다.
「94한국방문의 해」의 목표가 성취되더라도 이는 물질적 이득에 불과하다.이 행사를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할 보다 큰 목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부족함이 없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배우고 체득하는 일이다.【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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