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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세계화/「우물안 사고」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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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세계화/「우물안 사고」벗어나자

입력
199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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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물결 대응할 정신개혁부터/국가흥망 국제화가 열쇠… 당당히「세계시민」대열에 서야 급변하는 세계조류는 더이상 우물안에서의 안주를 용인하지 않는다. 사회주의 체제붕괴, UR협상 타결로 세계는 이제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블록화가 가속화되는등 국제화, 개방화, 세계화로 치닿고 있다. 교통수단의 발달과 첨단정보통신기기의 등장으로 명실상부한 「지구촌」으로 변모해가고 있으며 각나라마다 인류문명탄생이래 최대의 격변이라할 세계화에 적응하고 이를 선도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잘 타느냐, 못타느냐는 곧 부흥하느냐, 쇠락하느냐의 문제로 직결된다. 이의 열쇠는 바로 세계로 뛰어야 한다는 개개인의 마음자세와 실천하려는 의지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60년대부터 정부주도로 미래연구에 관심을 기울여 미국 영국 일본이 각각「GLOBAL 2000」(세계 2000),「BRITAIN 2010」(영국의 2010년) 「일본의 21세기」등의 보고서를 내놓는등 세계화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탄탄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민간연구자들의 미래학연구도 활발해 서점마다 미래의 변화와 세계의 통합을 다룬 서적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같은 세계의 변신에 발맞추지 못하고 「풍족히 먹고 사는 경제수준」에만 만족, 의식수준은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정부를 비롯, 사회 각 부문이 이같은 신경향에 둔감하다는 것은 지난 89년에야 뒤늦게 정부주도의 「21세기위원회」가 구성된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또 새정부들어 각종 여론조사를 잇달아 실시했던 공보처가 지난해 12월25일에야 「국제화, 개방화관련 전문가집단 심층면접조사보고서」를 처음 내놓았을 정도다. 공보처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전국의 교수, 언론인, 대기업임원, 고위공직자, 과학기술 및 문화예술계인사등 우리사회의 오피니언리더 1백명을 선정, 면접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이들은 『국제화추세는 필연적인 시대적 상황』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명제』등으로 국제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세계화의 준비정도에 대해 대기업임원집단을 제외하고는 『현재 이에 대한 대비가 전무한 상태이며 국민의식개혁등 대응책의 강구가 시급하다』 『특히 정부의 사전계획미흡과 감각의 뒤떨어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과학계의 한 인사는 『우리나라의 연구개발비의 총액이 IBM등 다국적기업 1개사의 개발비에도 못미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우리수준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으며 한 문화계인사는 『최근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이 취소된 데에서 나타나듯이 일부관료들의 국제화에 대한 몰이해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현실은 국제화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발상의 전환보다는 입시지옥, 교통지옥, 무질서등을 걱정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낙후된 행정관료조직의 개선, 첨단기술문명의 개척도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길이지만 눈부신 속도로 변화하는 세계화의 물결에 합류하기 위해 시급히 필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이 일상 생활에서부터 교육, 행정, 문화등 각 분야에 걸쳐 국내가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뛰고 있다는 세계화의식을 갖추는 것이다.

 88서울올림픽당시 거리에서, 경기장에서, 공연장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질서·청결·친절·긍지등 세계를 놀라게 했던 1등 시민의식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우리사회는 다시 무질서와 집단이기주의에 멍들고 있다.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극장가에서 줄서기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외국관광객들이 『엘리베이터에서까지 새치기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낼 정도가 돼 버렸다. 또 특급호텔에는 빈 택시가 10여대씩 주차해 내국인 손님은 외면한채 2만∼3만원씩 바가지를 씌울 수 있는 외국인 손님인 「봉」들만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언어소통의 불편보다 택시운전사들의 불친절과 난폭운전에 더 당혹해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을 가장 먼저 맞게되는 택시의 경우 서울시내 6만 4천여대가 있지만 초보적인 외국어라도 구사하는 운전사는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택시운전사를 상대로 실시되는 1년중 8시간의 보수교육중 외국어교육은 2시간에 지나지 않은데다 이것마저 시간때우기식으로 진행돼 택시운전사들에게 친절은 물론 언어소통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비단 택시기사들뿐아니라 해방이후 50년동안 영어교육이 실시돼오고 있으나 영어를 「읽는」게 아니라 「말하고 들을」수 있는 사람은 겨우 5만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외대 동시통역대학원 최정화교수(38)는 『국제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여기에는 외국어실력이 필수』라며 『영어실력향상을 위해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회화위주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정도 6백년을 맞아 선포된 「94 한국방문의 해」가 무색할 정도다.

 고려대 박길성교수(사회학)는 『세계속의 한국인으로 호흡을 함께 하려면 의식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외국인과의 계약, 판매상담등에서의 설득력있는 주장도 결국은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학후 현재 국내 외국인은행에서 근무하는 고모씨(36·여)는 『개인 이기주의, 가족이기주의, 지역이기주의, 기업이기주의등의 사고방식은 세계무대에서 우리끼리의 출혈경쟁만을 가속화시킬 뿐』이라며 『일찍부터 질서의식등 국제감각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김연규교수(36)도 『우수한 문화유산을 지키는것도 중요하지만 세계화는 우리의것을 어떻게 지켜야하는 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우리의 능력을 더욱 키워나가 당당한 세계의 일원이라는 의식전환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역설했다.【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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