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존중교육… 아들·딸이 주재/옷구입에서 학원교습까지 의논 장경문씨(37·회사원·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768) 가족은 「가정의 작은 민주주의」를 소중하게 여긴다.
남편의 독단적인 권위가 상존하고 상하가 있는 부부관계, 지시와 일방적인 명령으로 일관되는 부모 자식간의 관계로 형성된 우리의 보편적인 가정상을 장씨의 집에선 찾아 볼 수가 없다. 가족구성원 상호간의 자율적인 행동과 대화란 작은 민주주의가 장씨의 가정을 화목하게 지탱해 준다.
장씨가정의 민주화는 1년6개월전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개최하는 가족회의를 보면 한눈에 알수 있다. 가족문제 현안과 한주일의 일을 각자 반성하는 가족회의는 딸 혜련(10·상지국교4)과 아들 석재(8·상지국교2)가 번갈아 사회를 본다. 부인 염동숙씨(37)는 회의록을 작성한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장씨나 염씨는 모두 경어를 사용하고 아무리 하찮은 아이들의 의견이라 할지라도 열심히 경청하고 이에대한 부모의 입장을 진지하게 설명한다.
딸 혜련이가 유명메이커제품을 사달라고 해 지난달 22일 긴급히 열렸던 가족회의에선 옷은 메이커보다는 실용적이고 값싼 것이 좋다는 30분에 걸친 염씨의 설명이 있었다. 혜련이가 어머니 의견에 동감, 다음날 모녀가 함께 시장에 가 실용적인 옷을 구입했다.
이처럼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가 아닌 아이들을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는 수평적인 관계가 조성됐다. 장씨는 자녀들에게 평상시 대화때『아빠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을 잊지 않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배려한다.
장씨의 부부관계 역시 서로 존중하고 횡적인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비롯한 모든 가정문제를 부부가 의논해 해결한다.염씨는 자녀들의 학원교습문제에서부터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일까지 가정의 크고 작은 일들을 남편과 의견을 교환한 후 결정한다. 가사노동 역시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염씨가 가장 어려워 하는 시댁식구들의 문제도 남편이 앞장서 원만하게 해결한다.
가끔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정내 폭력과 자녀학대는 장씨가정에선 용납되지 않는다. 장씨는 『가끔 화가 나 참을 수 없을 때에는 폭력을 행사하고픈 심정이 들다가도 폭력은 해결이 아닌 문제의 악화만을 초래하는 사례를 주위에서 많이 봐 대화로 풀려고 노력한다』며 『전업주부인 아내가 자기계발을 하거나 공부하는 것을 최대한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심지어 성생활에 있어서도 아내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정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구성원간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게된것은 한때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장씨의 가정운영이 부부간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자녀들과의 관계도 멀어지는 것을 장씨 스스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장씨부부는 3년전부터 부천YMCA 「좋은 아버지교실」에 나가면서 아버지 어머니의 역할을 재정립하기 시작했다. 가족구성원 상호간의 동등한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가족 서로가 존중하고 대화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면서 한결 밝아진 자녀들은 자신감있게 가정생활을 한다. 학교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떳떳하게 피력하고 급우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따뜻한 태도를 지니게 됐다.【배국남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