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학년도 입시원서접수도 예외없이 막판 눈치작전으로 막을 내렸다. 고교에서의 단순 암기식 입시위주교육을 지양하고 대학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본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수능시험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번 입시는 복수지원이라는 변수와 붙고 보자는 수험생들의 소나기식 지원으로 입시사상 초유의 허수경쟁률을 기록해 수험생 학부모 교사들을 당황을 넘어 허탈하게 만들었다.
복수지원을 허용한 일부 대학들은 원서접수전부터 이러한 소나기식 지원을 예상, 「박리다매식」으로 적게는 7만장에서 많게는 12만장까지 원서를 배포, 일부 학과는 1백대 1을 넘어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회를 많이 준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많은 수험생들이 적성을 무시한채 소위 명문대 인기학과에 일단 턱걸이식 원서를 낸뒤 확실하게 합격할 수 있는 대학에 「보장성 보험」을 들어놓고 마지막으로 안전하향지원함으로써 대학입시는 마치「삼세판」식 도박판이 된 셈이다.
이로 인해 몇몇 대학은 10억원대의 짭짤한 전형료를 챙기며 학교이름도 알리는 「일석이조」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 반면 일부대에서는 대량미달사태가 벌어지는등 희비가 엇갈렸다.
경쟁률이 턱없이 높아져 면접을 걱정한 S대는 체육관을 임차하는 비상대책까지 짜내는가 하면 일부대는 허수지원자로 인해 면접 당일 과연 얼마만큼 수험생이 학교를 찾을지 벌써부터 골치를 앓고 있다.
권위있는 입시기관도, 책임지고 진학을 지도할 교사도 없는 새 대입제도에서 「배짱파」「눈치파」「무소신파」에 밀려 소신파는 정작 설 곳이 없었다.
장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막판 눈치작전에 밀려 소신있게 지원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험생들이 겪을 좌절, 방황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는가. 대학의 자율입시를 향한 진통과 수험생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 새로운 대입제도의 무리없는 운영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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