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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자 겹쳐 「복수지원」퇴색/새 대학입시제 문제점·개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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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자 겹쳐 「복수지원」퇴색/새 대학입시제 문제점·개선책

입력
1993.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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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 국영수 틀벗고 개성살려야/수능시험 실시시기·횟수 보완 필요 30일 전국46개전기대학이 원서접수를 마감함에따라 94학년도 입시는 종반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새 대입시제도는 대학의 학생선발권,학생들의 대학선택권을 크게 신장시켜주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행상에 적지않은 부작용과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화여대 25개학과, 한양대 9개학과등 전국12개대학에서 72개학과가 무더기로 미달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으며 세종대등 일부대학에서는 지원자 과포화라는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경쟁률이 1백대1을 넘어섰다. 이같은 현상은 제도를 운용하면서 복합적인 원인에의해 발생한것으로 장애요인을 찾아내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우선 이번 입시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입시일자조정의 실패이다. 새 입시제도는 대학진학이 가능한 우수 학생의 탈락을 막고 지원기회를 여러번 주자는것이 취지였다. 복수지원제가 바로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대학간의 눈치보기로 복수지원제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중에는 포항공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동국대 홍익대 세종대등이 입시일자를 서울대등 상위권대학들과 달리했고 후기는 그나마 서울소재 대학은 모두 같은 날짜를 잡았다. 전기대중 서울대의 전형일인 1월6일을 피한 대학이 15개나 되긴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대학은 같은날에 겹쳐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그러다보니 불안한 수험생 입장에선 6일 시험에는 안전하게 하향지원해놓고 나머지 대학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원서를 접수시켜 경쟁률만 치솟게 만들었다. 이같은 지원패턴은 수험생의 불균형적인 배분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특정학과의 경쟁률이 1백30대1이 넘는 세종대의 경우나 사상 초유의 무더기 미달사태등은 모두 복수지원제에 따른 잘못된 눈치작전과 그릇된 지원행태의 결과이다.

 대학별고사도 문제가 많다. 대학에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선발시험의 개성화를 이룬다는 취지에 따라 시행된 대학별고사 역시 서울대가 시험과목을 국·영·수등 3과목으로 한정하자 모두 비슷하게 모방, 수험생들에게 이중삼중의 부담만 안겨주고 있는것이다.

 예를들어 한국외대는 과거처럼 특성을 살려 외국어시험만 본다든지 다른 대학들도 문과대는 논문을 시험과목으로 채택하는 방법을 모험으로 생각, 스스로 차별화시도를 포기한결과 수능성적에 의한 대학의 서열화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체 대학 가운데 단 9개 대학만이 대학별고사를 실시키로 결정한 점이나, 실제 지원판도에서 수험생들이 대학별고사 기피경향을 극명하게 드러낸 현상등은 결국 대학별고사가 개성적 시험으로 정착했다기 보다는 귀찮은 「혹」으로 생각되고있음을 나타낸다.뿐만아니라 실제 대입지원에서 수험생들의 대학별고사 기피경향은 전반적인 하향지원과 특차선호를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는 내년 입시에서도 대학이 전형요강을 크게 바꾸지 않는한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대학들이 먼저 수험생들의 경향에 맞춰 다양한 대학별고사시행을 포기한채  수능성적과 내신으로만 선발을 계속 늘려나간다면 또다른 입시의 획일화를 초래하게 된다. 

 사실 교육부는 내신반영률(40%)만을 의무조항으로 정해놓았을뿐이다. 물론 수능시험이 좋은 평가수단으로 인정된것이긴 하지만 전대학이 수능성적을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한대학쯤은 수능최저점수로 지원자격만 부여하고 대학별고사로 전형을 할수도 있다는것이다.

 특차모집도 우수학생 유치와 우수한 학생의 입학기회 확대라는 취지는 살리되 어디까지나 입시의 한부분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처음 실시결과가 대학별고사의 기피현상과 맞물려 상위권 인기학과는 「풍작」을 거둔반면 비인기학과와 중하위권, 지방캠퍼스는 지나치게 자격을 제한해 「흉작」을 면치못했다. 

 때문에 상위권대는 인원을 늘리고 나머지대학들은 자격조건을 대폭 완화시켜 내년에는 특차모집비율이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자칫 각대학이 특차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어 오히려 전·후기 전형과 주객이 뒤바뀌는 부작용도 교육부가 제도적 장치를 통해 막아야 할 부분이다.

 이같은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수지원허용과 선발권의 대학자율이란 큰원칙으로 묶어진 새입시제도는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많다. 다만 수능시험의 실시시기와 횟수를 포함한 시행첫해에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일이 필요하다.【이대현·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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