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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전의 해/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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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전의 해/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3.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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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유년(닭해)이 가고 갑술년(개해)이 총총히 다가온다. 묵은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는 마음들이 바쁘다. 해가 바뀔때마다 저마다 보다 나은 내일을 기원하는 우리고 보면 갑술년에도 다시 기대하는 바가 클것이다. 아직 여명이 떠오르지않은 새해는 잔광이 얼마 남지않은 묵은해보다는 경기가 나아질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경제의 호전 그 자체에 만족하고 있기에는 우리경제가 구조적으로 너무나 취약하고 불안하다. 올해에 우리경제는 충격적인 도전을 받았다. 우루과이 라운드협정의 타결이다. 농촌, 농민, 농업등 「3농」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금융, 통신, 건설, 유통등 서비스부문의 8개분야 78개업종도 외국업체들과 1대1로 맞붙게 됐다. 시장개방뿐만 아니라 조만간 보호막도 완전히 철거하게 돼있다. 골프등 거의 모든 경기에는 약자에게 핸디캡의 이점을 주지마는 우루과이 라운드협정은 선·후진국으로 크게 둘로 나눠 차별을 약간 뒀을뿐 같은 선진국에는 거의 핸디캡을 허용치 않고 있다. 

 한국은 후진국을 졸업한지 불과 몇해밖에 안되지마는 별수없이 미국, 일본, EC등 초강력 선진국들과 사실상 대등한 조건위에서 사활적인 경제전쟁을 하게됐다. 우리경제로서는 실로 경악스러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경기가 지난해에 이어 계속 침체했던것도 가라앉은 사회분위기를 더욱 침잠시키는데 한팔을 거들었다. 새해는 올해의 이러한 도전에 대해 해답을 찾는 응전의 해가 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를 겨냥하고있는 한국경제는 바로 이 응전의 전술·전략과 그 결과에 좌우될것이 확실하다. 어떻게 응전하느냐는 실로 막중하다고 보겠다. 응전의 목표는 국제경쟁력향상이요, 목적은 국제경쟁에서의 생존이다. 우리가 어떻게 응전하는것이 성공을 보장하는것인지 교과서가 따로 없다. 앞서간 선진국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경합하는 경쟁상대국들에서 배워가며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알맞는 방법을 창안해내야하는것이 응전을 어렵게 하고 있는데 이제는 결단해야할 때가 온 것같다. 

 응전의 목표가 국제경쟁력향상이라면 다음은 응전의 방법, 즉 경제운용의 방식을 생각해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관주도경제체제에서 민간주도경제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재계의 숙원이 최근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올바른 방향이다. 다행히 신임경제팀장 정재석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은 『민간기업이 경제를 주도하고 정부는 기업을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며 『경제기획원은 선도자가 아니라 해결사가 돼야 한다』고 민간주도경제를 강조했다. 정부총리의 『민간주도경제』발언에 대해 어느 정도의 무게를 실어야 좋을지 모르겠으나 일단 정책적감각은 맞다고 하겠다.

 우리경제가 국제경쟁력을 회복하자면 금리, 임금, 지가, 연구·개발, 규제등에서 경쟁국들과 상대적으로 유리하거나 적어도 대등해야 하는데 이러자면 경제운용방식과 경제이론 또는 경제관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는 민간기업들의 역량이 오히려 정부를 능가하고 있다. 대응력도 뛰어나다고 봐야겠다. 문제는 공익성과 도덕성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보완된다면 민간경제주도로의 전환은 폭은 넓을수록 속도는 빠를수록 좋은것이다. 그러한 문제가 있다해도 민간주도경제체제로의 전환은 서둘러야겠다. 정부는 경제전의 전투원인 기업들이 싸우는데 불리하지 않도록 가능한한 제약에서 풀어줘야 한다. 정부총리는 아직 시험되지 않았으나 목표지향적 경제운용의 지양, 물가상승요인의 즉각적인 반영등 신선한 접근방식을 시사하고 있다. 새해는 선거가 없어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고 경기도 상당히 향상될것인 만큼 경제체제, 제도, 구조의 개선에 경제주체들 특히 정부와 기업이 땀을 흠뻑 쏟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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