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월인석보 중간본 도난사건은 민족문화유산의 관리·보존에 대한 행정당국의 무신경과 소홀함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은 서울시가 주최하고 공영방송이 주관하는 행사에서, 그것도 서울시내 한복판의 공공전시장에서 일어났다는데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월인석보의 도난사실이 알려진 27일 밤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축물이라는 덕수궁 석조전 서관옥상의 방수공사를 위해 설치한 콜타르가마에서 불이 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난당한 월인석보 목판본 머리권과 권1 및 훈민정음 해례본 영인본 1권이나 석조전등은 국보나 보물이 아니며 유일무이의 가치가 있는것도 아니다. 그래서 도난고문서가 개인재산에 불과하며 국내에 여러권이 있어 시중에서 2백만∼3백만원정도에 거래된다고 사건의 의미를 축소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금전적 가치가 아니라 소중히 간직해야 할 문화유산이 소홀히 다루어진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지하전시실을 전시장으로 정했을때부터 전시품의 경비에는 무신경했다. 세종문화회관측이나 경찰에 경비를 요청하지않았고 자체 경비시설도 마련하지 않았다. 전시대도 소홀해 전시를 했다기보다 「널어놓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상태였다. 서울시나 주관사인 한국방송공사는 『도난고문서의 가치가 그리 크지 않다』고 강변하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정도 6백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 정도의 문화유산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다면 누가 전시자료를 제공하겠으며 앞으로 국보급 문화재나 보물이 도난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지금도 전국의 사찰과 고분에서는 많은 문화재가 도난·도굴되고 있으나 행정당국의 관리소홀과 사찰등의 예산부족으로 대책이 없는 상태이다. 말로는 찬란한 5천년 문화유산과 유구한 전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손안에 있는 유물조차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게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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