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등 부조리 척결 “자정 몸부림”/배자복제 등 윤리논쟁 점화/「환자 권리장전」제정 성과도 93년 의료계는 유난히 몸살을 많이 앓았다. 의약품 납품비리, 한약조제권분쟁, 불임클리닉 파행운행등 계속된 의료계 부조리와 비리로 한해가 얼룩졌으며 이 여파로 자기개혁의 모습을 활발히 보여주기도했다. 의료계는 또 최근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에 따른 의료시장 개방파고를 앞두고 의료질서의 대변혁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 한해를 마감하고있다. 올해 주요사건을 중심으로 의료계의 한해를 정리한다.
◇한약분쟁=올해 초부터 가열된 한약분쟁은 2회에 걸친 약사들의 집단휴업과 한의대생들의 집단유급사태를 초래, 의료계에 유례없는 상처를 남겼다.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의료계 업권간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던 이 분쟁은 국내 의료제도가 안고있는 구조적인 모순과 의료행정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한약사제도 신설을 주요골자로 하는 개정약사법이 이번달 13일 국회보사위를 통과하면서 한약분쟁은 일단락됐지만 양단체는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하고 있어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것은 아니다.
◇의료계 사정바람=의대교수들이 대대적인 조사를 받고 구속되기도 했던 의약품납품비리사건은 의료계의 부정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일깨워주었다. 더구나 모대학병원장의 전공의선발과 관련된 금품수수사건은 의료계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병원관계자들은 일부 비리는 인정하면서도 병원을 유지하기위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의사시장개방을 앞두고 새로운 의료질서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하고있다.
◇뇌사선언과 장기이식=대한의학협회는 3월 「뇌사에 관한 선언」을 통해 뇌사기준을 발표, 뇌사자 장기이식을 활발하게 전개할수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와함께 뇌사판정을 할수있는 38개 병원과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할수있는 26개병원이 지정돼 장기이식수술이 보편화될 전망이다. 이식수술도 한 기증자의 여러 장기를 많은 이들에게 동시에 이식하는 다장기이식이 활발히 전개됐다.
◇병원의 자정노력=각급 병원들은 병원 부조리 없애기, 친절한 병원만들기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연세의료원은 3월8일 환자의 권리장전을 발표하면서 환자중심의 진료와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모습을 보여줘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선언이 다른 병원으로 활발하게 전파되지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의료윤리논쟁=비배우자간 인공수정문제, 수정란에 대한 에이즈검사누락파문은 생명에 대한 윤리규정을 마련해야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켰다. 한발더나아가 미국에서의 인간복제파문은 의료기술만의 발달보다는 생명자체에 대한 인위적인 조작과 실험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대형병원 신축붐=9월에 문을 연 이화여대 목동병원을 비롯, 내년4월 세워질 삼성병원, 현대중앙병원 확장추진등으로 국내병원계에 대형화 및 전문화 바람이 불고있는 점도 올해 의료계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밖에 민간에서는 에이즈퇴치를 위한 시민의 모임, 한국에이즈연맹, 대한에이즈예방협회가 잇따라 창설돼 국내 에이즈예방을 위한 각종 활동을 벌여 관심을 모았다.【선연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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