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찰해야 확인 가능/북핵 낙관론 경종 의미도 북한은 과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가. 이 문제는 지난3월 북한이 느닷없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를 선언한후 끊임없이 논란거리가 돼왔다. 그런데 미·북한간 핵협상진전설이 나도는 미묘한 시점에서 핵무기보유론이 또다시 불거져 향후 북한핵문제해결방향과 관련해 주목을 끌고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미중앙정보국(CIA)이 북한 정보를 종합한 결과 이미 1∼2개의 핵폭탄을 개발했다는 결론을 내고 이를 클린턴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북한은 일단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쪽으로 미국여론이 굳어져 가는 것같다.
12월들어서만도 북한의 핵무기개발 문제에 관해서는 애스핀국방장관과 울시 CIA국장의 꽤 중대한 발언이 있었다. 애스핀장관은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프로그램에 나와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 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울시CIA국장도『북한이 핵무기1∼2개분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1개이상분」이라는 종전의 입장을 더욱 구체화함으로써 북한핵개발문제는 뭔가 심상치않은 변화를 하고 있다는 추측을 낳았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가 인용한 CIA보고서도 명확한 증거를 토대로 결론을 낸것은 아니다. 여러 정보기관이 모은 정보를 종합해 판단해 볼때 북한이 핵무기를 이미 갖고 있을만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클린턴행정부는 향후 북한핵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종전과는 다른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로 보유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서둘것이다. 지금까지 상당한 전·현직고위공직자들이 북한핵개발문제를 여러갈래로 증언해 왔었다. 북한의 핵무기보유론자로는 이글버거전국무장관등이 있는데 그는 지난 6월 의회증언에서 북한이 4개의 핵폭탄을 가졌다고 말했다. CIA가 북한핵무기개발을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나선다면 클린턴대통령으로서는 일단 북한핵보유여부를 확인하려들지 않을수 없다. 구체적으로는 영변화학단지근처에 있는 2개의 핵폐기물시설을 사찰하는 것이다. 핵폐기물을 조사하면 사용후핵연료를 얼마만큼 확보했으며 여기서 플루토늄을 얼마나 추출했는지를 알 수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실험실용으로 미량의 플루토늄만을 생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폭탄1개를 만들려면 적어도 10㎏의 플루토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폐기물장을 뒤지기만하면 이문제는 쉽게 풀릴수 있다. 일단 플루토늄추출량이 나오면 기폭장치의 실험과정이나 운반체의 보관등을 조사하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다. 결국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이 동원돼야 하는 문제이다.
더욱이 클린턴대통령이 「북한이 핵무기를 실제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지금까지 진행해온 북한과의 뉴욕실무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을 중단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외교협상으로 북한의 핵개발의욕을 저지할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아래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열어왔었다. 이미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면 이론상 적어도 지금과 같은 스타일의 외교협상은 필요 없게 된다. 핵무기를 무력공격으로 부숴버릴 군사행동을 계획하든가,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버린 이스라엘의 핵보유설처럼 그냥 방치하든지 선택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CIA보고서가 북한과의 핵협상에서 낙관적전망을 내놓는 국무부의 입장을 뒤집어 클린턴대통령에게 경각심을 불어넣기위한 경고용일 가능성도 없지않아 최종결단은 클린턴에게 달려있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북한핵보유설이 굳어질수록 2개의 핵폐기물시설을 포함한 북한에 대한 전면 핵사찰수용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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