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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UR특위/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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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UR특위/정광철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3.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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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의 을씨년스런 날씨에 걸맞는 한산한 분위기. 폐회중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이다. 의원들은 대부분 지역구에 내려가있고 사무처직원들만 이따금씩 의사당을 오갈 뿐이다.  그러나 동면국회를 뜨겁게 달구는 곳이 있다. 27일상오 의사당 501호. 바로 보름전만 해도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쌀시장개방등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문제를 다루는 현장이다. 

 국회UR특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의 UR협상대표단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이례적으로 특위위원 전원이 참석했고 보도진도 빽빽하게 들어찼다. UR가 우리에게 갖는 중차대한 의미를 새삼 실감케했다.

 회의초반부터 분위기는 고조됐다. 정책질의는 하지 않기로한 합의가 이미 이뤄져 있었지만 야당의원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이규택의원(민주)이 『아직 6백만 농민의 분노와 실망 및 한이 풀리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회가 정부의 입장을 홍보하는 곳이냐』 『UR협상에 따른 전체적인 대차대조표를 제시해야하는것 아니냐』 일단 정부의 보고서내용이 표적이었다.

 『정부보고자료는 공문서가 아닌 사문서수준의 작문』(유인학의원·민주) 『국회의원을 완전히 바지저고리로 보는것이냐』(김인곤의원·민주) 『미국등에 북한과의 대치상황을 적극 강조하지 않은것은 협상7년간 예산만 낭비했다는 얘기 아니냐』(정태영의원·무소속)  야당의원들은 일제히 정부의 불성실한 보고태도로부터 UR본질과 다소 동떨어진 사안에 이르기까지 화살을 쏘아댔다. 거의 입을 열지않고있는 여당의석과는 대조적이었다.

 야당의 목청과 여당의 침묵. 다시 고전적인 국회의 모습이다.

 UR를 진지하게 논의하기에는 아직도 걸러져야할 정치적 입장차이가 적지않다는 느낌이 든다. 여야가 서로 쌀개방을 둘러싼 공방차원에서 특위를 운영하려든다면 여기에서 나오는 열기란 허상일 뿐이다. 501호의 열기가 문자그대로 동면국회를 녹이려면 여야가 그토록 외치고 있는 진정한 「나라걱정」이 우선 전제돼야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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