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성폭력위기센터」개설 숙원해결/여행원제 폐지 등 새정부 정책도 큰변화 올해 여성계는 몇몇 주요쟁점만부각되던 예년과는 달리 사회전반의 다양한 여성관련문제들이 폭넓게 제기된 한해였다. 각분야에서 어느해보다도 활발한 활동이 펼쳐졌고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던 93년 여성계를 돌아본다.
올해 여성계의 가장 큰 수확은 무엇보다도 성폭력특별법의 제정. 17일 국회에서 통과된 「성폭력범죄의 처벌과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은 성폭력이 여전히 「정조에 관한 죄」로 규정돼 있고 친고죄조항 역시 그대로 존속되고 있는등 여성계의 요구에 크게 못미치지만 상담소의 설치 경비보조등 성폭력범죄의 예방과 피해자보호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대책을 명시하는등 기존 형법에 비해 진일보했다는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성폭력문제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 사회에서 민간여성단체들이 힘을 모아 3년여에 걸친 외로운 싸움끝에 이룬 결실로 여성운동의 커다란 이정표로 기록될만하다.
이밖에 최근 법정까지 비화된 서울대조교 성희롱사건을 계기로 성희롱문제가 사회여론화되고 여성계의 숙원이었던 「24시간 성폭력위기센터」가 개설된것도 값진 성과로 꼽을수 있다.
내년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앞두고 대안을 모색하는 각종 세미나가 개최되는등 여성고용 안정과 확대를 위한 노력도 다각도로 이뤄졌다. 한국통신 전화교환원 김영희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9월 「여성전용직종이라는 이유로 정년을 타직종과 차별하는것은 고용평등법에 위배된다」는 판정을 내린것은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져온 직장내 각종 여성차별규정에도 파급효과가 클것으로 기대된다. 새정부의 여성정책도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는 평가다. 정부는 은행의 여행원제도를 폐지한데 이어 5월 은행, 제2금융기관, 30대그룹의 주력기업등에 성차별적 규정 개선을 지시했고 9월에는 이를 5백인이상 기업으로 확대했다. 또 기혼여성의 취업보장을 위해 대규모예산을 들여 탁아소 확충사업을 벌이는 한편 정무제2장관이 전국 주요공단을 돌며 사용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여성고용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와관련, 삼성그룹이 9월 대졸여성 5백명을 선발한것을 시발로 대기업들이 채용과 부서배치, 승진등에서 관행이된 각종 여성차별을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는 정부출범과 함께 3명의 여성장관과 첫 여성차관이 탄생한것을 비롯, 법원사무국장 파출소장 형사반장 특허심판관등 사회각분야에서 여성의 첫진출이 봇물처럼 쏟아져 눈길을 모았다.
그러나 21일 개각에서 그동안 업무능력과 자질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던 두명의 여성장관이 경질되고 여성장관의 수도 2명으로 줄어 아쉬움을 남겼다. 여성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하루빨리 업무능력은 물론 리더십을 갖춘 여성인력을 키워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무대에서의 활동도 두드러진 한해였다. 4월 세계여성사업의 핵심기구인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산하 여성지위위원회 위원국으로 피선됐고 8월에는 정대협의 2년여에 걸친 끈질긴 노력으로 유엔인권소위에서 일본에 조사관을 파견키로 결정하는 성과를 올렸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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