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적 위장용 아닌가”/“고위층까지 수사 확대를” 포탄도입사기사건을 추궁한 24일의 국회 국방위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였다.가장 치밀하고 체계적이어야할 군수분야가 사기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썩어 있다는 사실은 의원들이나 국방부측 모두에게 착잡함을 안겨 주었다. 특히 국방부가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는 부서임에도 불구하고 무책임과 후진성에 정체돼 있다는 현실은 의원들에게 분노까지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이를 의식한듯 질의에 앞서 이병태신임국방장관은『군수물자체계 전반에 걸쳐 국민들의 의혹을 받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정중히 사과했으나 의원들의 예기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이장관이 인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야당의원들은「빙산의 일각」「총체적 부패」「부패의 극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우선 왜 불필요한 포탄을 구입하려 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우선 제기됐다. 누가 신청했는가도 추궁의 대상이었다. 보고는 어느 선까지 올라갔으며 은폐의도는 없었는지도 쟁점이었다. 의원들의 신랄한 추궁은『이사건이 특수목적의 위장수입이 아니냐』는「예민한」부분에까지 이어졌다. 포탄수입은 명목일뿐이고 다른 고도의 정보게임이나 정치자금조달등의 복선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림복진의원(민주)은 『사기사건의 대상이 된 포탄은 미군이 2차대전때 사용하던 ICM탄으로 79년에 생산이 중단됐다』고 지적하고 『도태된 포탄의 소요를 제기한 이유와 주체를 밝히라』고 따졌다. 림의원은 『광진교역의 주광용이 ICM의 거래실적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국방부자료에 의하면 83년이후 한번도 해외에서 ICM탄을 도입한 적이 없다』고 적시하며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위장거래가 아니냐고 물었다. 아울러 광진교역이 거래했다는 T72전차와 같은 적성국가무기거래 역시 위장거래이고 그 이면에는 고도의 커넥션이 숨어있지 않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림의원은 나름의 증거를 토대로『결국 6공정권이 위장거래를 통해 특수자금을 조달하려 한것 아니냐』는 최종적인 질의를 했다.
나병선의원(민주)은 『국방부는 그동안 막대한 거래물량을 내세워 수입거래약정서도 쓰지 않는등 절차를 무시해 왔다』며 군수행정의 개혁을 촉구했다. 또 『권녕해전국방장관이 8월6일 보고를 받고서도 이를 묵인했다』면서 『수사범위를 고위층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창성의원(민주)은 『군의 사기와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고 군출신 선배로서 걱정을 한뒤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강의원은 『문제의 주광용이 정치권과 군의 고위관계자및 실무자에게 삼중으로 로비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진위여부를 밝히라고 말했다. 강의원은 또 『사건관련자 후앙씨가 사건수사가 한국국익에 도움이 안된다고 협박을 했다는게 사실이라면 고위층의 개입을 시사하는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대철의원(민주)은 이번 사건전반에 제기된 의혹을 하나 하나 적시하며 의혹의 규명과 함께 군수체계의 획기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나아가 적당한 수사나 면피성 국방개혁은 부패사건의 재발을 초래할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을 값지게 써야 한다는 충정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의원들의 지적이 70여가지나 됐지만 이장관의 답변은 간단했다. 이장관은 『국방부가 군수본부의 보고를 믿고 단순금융사고로 인정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시인하며 『수사결과를 지켜봐 달라』는 각오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장관은 『한탄스럽고 부끄럽다』면서 『현재로서는 주시해달라는 말밖에 할수 없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답변중 구체적인 내용은 『12월24일부로 합동수사부를 국방부에 설치했다. 수사결과를 토대로 군수업무를 전면재검토하고 재정비하겠다』는 것이었다. 의원들도 이장관이 신임이고 수사가 진행중임을 고려, 「나중」을 기약했다.【이영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