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체결 6년만의 평온/중동/전투재개 「거룩한날」 유혈사태/보스니아/흑백정권 교체 화해무드 “넘실”/남아공성탄절을 맞는 세계는 중동평화협정체결과 남아공의 민주화합의등 화해 분위기 탓인지 대체로 평화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보스니아에서는 성탄절 휴전약속이 깨지면서 치열한 전투가 재개돼 「거룩한 날」을 피로 물들이고 있다. 각 지역의 성탄절 표정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중동◁
중동평화협정 체결 덕분에 성탄지 베들레헴에서도 성탄절다운 성탄절을 맞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 맞선 유혈투쟁 「인티파다」에 들어간 지난 6년간 베들레헴의 성탄절은 팔레스타인인 총봉기의 날이었다. 자정 미사는 있어도 음악이나 축제라곤 없는 긴장의 날이던 성탄절이 지난 9월 중동평화협정체결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모두에게 기쁜 날이 됐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6년만에 처음으로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대축제를 시작했다.
반이스라엘 무장 투쟁세력인 하마스도 이스라엘 점령 가자지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사흘간의 성탄절 일방휴전을 선포, 이곳에 살고 있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평화스런 성탄절을 약속했다.
가자지구 어린이들에게는 6년만에 처음으로 산타클로스가 찾아왔다. 전교생의 90%이상이 이슬람교도인 한 학교 운동장에 지난 23일 산타클로스의 하얀 마차가 들어서자 어린이들은 아랍어와 영어로 된 캐럴을 부르며 환영했다. 팔레스타인 국기가 지붕 높이 펄럭이는 마차에서 내린 산타클로스는 어린이들에게 사탕과 학용품이 든 선물 꾸러미를 나눠줬다.
그러나 긴장감이 아주 가신 것은 아니다. PLO가 성탄 축제를 준비하면서 베들레헴의 성탄교회 앞 메인저광장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올리자 이스라엘측이 이에 반발, 깃발을 올렸다 내렸다하는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메인저광장 높이 올라간 깃발은 이날 밤새 누군가에 의해 끌어내려졌으나 이튿날 다시 등장했다. 팔레스타인은 아직 주권이 없고 자치 단계에 있을 뿐이므로 국기 게양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해 팔레스타인인들은 독립국 건설의 꿈을 담은 깃발로 항의하고 있다.
▷보스니아◁
보스니아주민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또다시 혈혼으로 얼룩진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회교정부군등 3대 교전당사자들은 성탄절 휴전합의에도 불구, 23일 수개월만에 최악의 전투를 재개해 어린이를 포함해 6명이 죽고 55명이 다쳤다.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외곽에서 현지 군벌무장세력들의 출몰이 잦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말리아 주둔 미군 5백80명이 항공기편으로 철수,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은 내년 3월31일까지 자국병력을 모두 철수시킬 예정이며, 독일 이탈리아등 다른 서방병력들도 미국을 따라 속속 철수할 방침을 세우고 있어 현지주민들은 또다시 군벌간 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속에서 성탄절을 맞고 있다.
▷북아일랜드◁
아일랜드공화군(IRA)은 23일 성탄절을 포함, 사흘간의 휴전을 선언했다.
IRA는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국통치를 종식시킬 목적으로 격렬한 무장투쟁을 벌여왔는데 올해만해도 폭탄테러등으로 35명을 살해했다. 그러나 최근 영국과 아일랜드간의 화해분위기에 힘입어 테러중단조치를 고려하는등 유화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남아공◁
내년 4월 흑백정권교체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남아공에서 화해무드가 완연하다. 데 클레르크대통령과 만델라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장은 성탄및 신년 공동메시지를 통해 94년을 정치폭력종식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역설했다.【베들레헴·사라예보·모가디슈·벨파스트·요하네스버그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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