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 인물난 숨통… 친화력 발휘 기대/“월중순이후 귀국” 본인은 신중한 반응 박관용청와대비서실장은 23일 이른 아침 일본 동경으로 전화를 걸었다. 서석재전의원에게 사면복권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정담이 오갔고 『그동안 마음 고생이 컸다』는 대통령의 위로도 전달됐다.
이어 많은 정치인들이 정부의 사면발표를 듣고 서전의원에게 축하전화를 했고 일본의 지인들도 서전의원의 거처인 10여평의 비좁은 아파트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와 통화를 한 민자당의원들은 『만감이 교차하는듯한 목소리였다. 여전히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히 하더라』고 말했다. 현해탄을 넘어 무수히 날아간 축전, 기쁘면서도 신중한 서전의원. 서전의원의 사면을 둘러싸고 일어난 정치적 반응들은 이렇게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듯싶다.
단순한 도식으로 보면 그의 사면은 동해후보매수사건의 정치적인 시효종료를 의미한다.「야인 서석재」가 5년만에 「주연 서석재」로 돌아오게 됐다는것이다. 그간 한두달에 한번정도 국내에 들를 때 소리없이 왔다가 가곤했던 움츠린 모습은 이제 그만이다. 상가집이나 결혼식장등 정가의 뒤안길만 돌던 그가 정치의 앞마당에 나타날 수 있게 된것이다.
그러나 그의 복귀는 「정치활동가능」이라는 단순한 해석이상으로 복합적인 의미를 함축하고있다는게 중론이다. 사면발표가 있자마자 정가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는 사실이 행간을 읽도록 하고있다. 현 정부가 내년에 굵직한 업적을 내겠다고 공언한 시점, 당정에 민주계실세들이 전면 포진한 권력역학구조등과 맞물려 그의 활동재개는 간단치 않게 다가오고 있는것이다.
정치권은 서전의원의 사면을 이번 당정개편에서 민주계가 전면에 부상한것과 같은 맥락에서 파악하고있다. 당정뿐만 아니라 외곽정치까지 민주계중심으로 운영될것이라는 해석을 서전의원의 복귀에서 새삼 확인하고있다. 『민주계가 중심축에 차고앉아 일을 추진하고 책임도 지겠다』는 가설이 여권에 자리잡는 분위기다. 파상적으로 전개될듯한 민주계정치의 중심부에 서전의원이 서있는 것이다.
아울러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왠지 왜소해 보이는 민주계인맥에 그의 복귀는 숨통을 터주고있다. 사실 민주계는 최형우내무 박비서실장 김덕롱전정무장관등을 빼면 중량감이 급격히 떨어져 보였다. 민주계가 느끼는 이 공백감을 서전의원이 메울 수 있게 됐으며 유사시 어느 중책이든 대리자가 존재하게 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대통령의 정국운영과 인사에도 여유를 줄것으로 보인다.
그의 친화력도 주목대상이다. 최근 상도동측근들 사이에는 불협화음이 알게모르게 흘러나오고있었다. 진원지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민주계내부를 생채기내고있는 형국이었다. 진위는 분명치 않지만 일부 실세간의 갈등풍문에 그의 이름 석자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 대목이 일차적으로 그를 시험할것으로 보인다. 서전의원이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면서 민주계간에 불협화가 오히려 증폭된다면 책임은 그에게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그만큼 민주계를 결속시켜 달라는 기대가 그에게 쏠리고 있다.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있지만 서전의원은 사면복권전처럼 여전히 신중하다. 귀국도 신년 1월중순께, 아니면 더 늦춰 이른 봄에 하겠다고 말한다. 귀국후에 바로 전면에 나설것 같지는 않다. 국민여론과 정국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생각인듯하다. 그리고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침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고있다. 보름전부터 사면복권에 대비, 지역구민에게 보낼 감사장을 하나하나 쓰고있다는것이다. 3월부터 시작하는 고려대 언론대학원에도 등록을 해놓고있다. 그동안 사귀어온 일본의 정객들과 회포를 풀며 토론도 하고 국내사정도 더 알아볼 계획이다. 와세다대학의 객원연구원으로 공부한 내용들도 정리하고있다 여전히 야인의행보에 머물고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서전의원은 사면과 동시에 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국내정치의 중심무대에 등장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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