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적 걸작” 백제문화의 백미/“예술성·독창성·제조법 탁월/중국 박산로와 산수문양 달라 창안품 분명” 그동안 문화체육부와 충청남도가 백제권 문화유적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부여의 능산리 주변에서 실시한 발굴을 통하여 수습한 4백50여점의 유물 가운데 일부가 22일 이민섭장관의 입회아래 국립부여박물관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공개됐다.
이 중요한 유물들 중에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듯 독차지한 것은 단연 금동제 향로였다. 부여박물관 신광섭관장에 의해 발굴되고 국립중앙박물관 정량모관장에 의해 금동롱봉봉래산 향로로 명명된 이 유물은 한마디로 말하여 유례가 없는 경이적인 걸작이며, 이것의 발견은 일대 국가적 경사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결코 필자만의 독단적인 과장이 아니라는 점은 이 작품 스스로가 온몸으로 말해 준다. 이 엄청난 걸작을 바라보면서 큰 시각적 충격과 북받치는 감동을 느꼈다. 하나의 금속공예품에 대하여 이처럼 강렬한 감격을 전에 없이 느끼게 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뛰어난 예술성과 막중한 자료적 가치 때문이다.
전체 높이가 64㎝나 되는 이 대형 향로는 크게 보면 몸체와 뚜껑 두부분으로 구성돼 있지만, 몸체의 밑에 붙어 있는 받침과 뚜껑의 윗부분에 부착된 봉황장식까지 합치면 모두 네부분으로 간주될 수 있다. 사실상 이 네부분은 따로따로 주조된 후 함께 결합된 것이다.
향로의 몸체는 피어나는 연꽃송이처럼 3단의 외반(외반)한 연잎들로 장식이 돼 있는데 이 연꽃송이의 밑줄기를 한마리의 큰 용이 하늘로 치솟듯 고개를 쳐들어 입에 문채 받쳐 들고 있다. 이 용은 몸을 둥글게 서려서 받침을 이루면서 발 하나를 힘차게 뻗어 균형을 잡고 있다. 발톱은 다섯개인 것이 주목된다.
몸체가 장식된 전형적 백제식 연잎들 표면에는 인물, 가릉빈가(불사조), 여러종류의 동물들과 물고기등이 하나씩 양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한편 뚜껑부분에는 4∼5단의 23개 산들이 첩첩산중을 이루며 서 있다. 심산유곡의 자연경관을 사실적이고도 입체적으로 나타냈다. 마치 부여 규암면에서 출토된 산수문전의 산수문양을 훨씬 변화 있고 기운생동하게 입체화시켜 놓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산들의 주변이나 골짜기에는 다양한 모습의 인물들, 호랑이, 사자, 원숭이, 멧돼지, 코끼리등 온갖 현세의 동물들과 신수들, 서조들, 폭포, 나무들, 화염문 등이 세련된 솝씨로 변화무쌍하게 표출되어 있다. 이 산군의 제일 윗단에는 피리, 소, 비파, 현금, 북을 연주하는 주악 인물상 다섯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얼핏보면 중국 한대에 유행했던 박산로의 영향을 연상시키지만 이곳의 산들이 중국의 향로에 묘사된 것들과는 달리 각기 독립적·입체적으로 서 있으며 산과 산 사이에 거리감, 깊이감, 공간감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전혀 판이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백제의 창안임이 분명하다.
뚜껑의 꼭대기에는 목과 부리로 여의주를 힘차게 품고 날개를 활짝 편채 버티고 서있는 봉황 한마리가 부착되어 있다. 꼬리는 부드러운 동세를 이루고 있어 백제적 특성을 드러낸다.
이 향로가 지니고 있는 의의는 더없이 큰데 그 근거는 대략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예술적 창의성과 조형성이 탁월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향로 전체의 형태와 디자인이 특이하고 빼어나며, 그 세부 표현이 더없이 치밀하고 정교하면서도 화려하고 기운생동함을 보여 준다.
둘째, 종교와 사상적 복합성이 눈길을 끈다. 불교와 도교의 영향이 강하게 융화되어 있어 고구려 후기의 고분벽화에서 간취되는 종교사상적 양상과 엇비슷함이 느껴진다.
셋째, 제조기법의 뛰어남을 간과할수 없다. 이 향로의 주조는 탁월한 예술적 창의성 이외에 뛰어난 고도의 과학기술에 힘입어 완성이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넷째, 작품 전체와 구석구석에 백제적 특성이 넘치고 있는 점이 괄목할만 하다. 백제 문화의 독자성과 우수성이 돋보인다.
다섯째, 향로로서는 유례없이 크고 당당하며 보존상태가 완전하며 초특급 문화재로서의 어떠한 하자도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처럼 이 향로는 백제의 공예와 미술문화, 종교와 사상, 과학기술과 제조기법등이 함축적으로 융화된 것으로 단일작품으로는 단연 최고의 걸작인 동시에 더없이 소중한 역사적 자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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