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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집단/“친구 우선”특성맞춰 가르치자(초등교육을 살리자: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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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집단/“친구 우선”특성맞춰 가르치자(초등교육을 살리자:10)

입력
199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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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숙제·운동파 등 끼리끼리 어울려/이성교제도 관심… 「건전만남」 유도를 해방직후의 혼란과 전쟁의 참화를 거치며 커온 사람들에 비하면 요즘아이들은 참 행복한 편이다. 먹을것 걱정 별로 안해 좋고 놀거리가 많아 친구들끼리 즐기기도 마음먹기 나름이다. 하지만 요즘아이들의 우정은 부모세대만큼 두터운것 같지 않다.

 제각기 자기 일에 바쁜것이 요즘 아이들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이들은 친구들과 오래도록 놀 시간이 없다. 대개가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직행한다. 방과후면 더 떠들썩하던 운동장의 모습이 이제 보기 힘들어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학급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업을 마친뒤에 속셈학원이나 피아노, 플루트 또는 체력단련학원에 갑니다. 한 군데만 가는게 아니라 하루에도 2∼3가지를 연이어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교생활의 연장으로 반친구들끼리 모여 노는 경우는 거의 드물어요. 그나마 학원에 가서 학원친구들하고 사귀는 아이들은 집에서 과외받느라 방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서울 서의국교 김현아교사(26·여)는 교통질서를 가르치고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에서 수업이 끝나면 교사의 인솔아래 모두 줄지어 귀가해 버리는 요즘에는 모두가 따로 노는 메마른 모습만 보일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깊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말은 이기적인 사회인을 두고 하는 말만이 아니라 요즘 아이들 대부분을 일컬어 할수 있는 말이 돼 버렸다.

○배타적 성격 강해

 대신 아이들의 또래집단은 점점 기능적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예컨대 같은 학원에 다니는 또래집단, 숙제를 함께 하는 또래집단, 축구를 함께 하는 또래집단등과 같이 아이들의 활동에 따라 사귀는 집단이 나뉘어진다.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한국교육의 종합이해와 미래구상―학생들의 삶과 문화편」에 의하면 또래집단의 분화는 국민학교 4학년정도에 대개 정착되는데 크게 학원,숙제, 운동등 세 가지 기능에 따라 형성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기능적 분화가 교우관계를 넓혀주는 긍정적 측면(친구가 20∼50명에 이른다고 답하는 아이들의 경우)이 있지만 아이들과 어른의 친구관계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는 점을 하나의 변화로 지적하고 있다.

 기성세대가 보는 친구란 「가슴을 터 놓고 지내는 사람」「인생의 목적을 위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만 요즘 아이들이 생각하는 친구는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의미한다. 교육개발원의 정재걸박사(37)는 『또래집단이 갖는 고전적 의미의 공동체성과 자기헌신성, 타인에 대한 고려등은 시대변화를 떠나서 교육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순간순간을 즐기며 인간으로서의 친구보다는 행위 자체에 흥미를 갖는 현실만족주의경향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수 없다』고 진단한다.

 학교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생활에서 또래집단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또래끼리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레 또래집단의 응집력은 높아지게 되고 집단이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대부분 성적이나 가정배경에 따라 형성되는 또래집단은 상호모방을 통해 구성원끼리 결속력을 갖게도 만들지만 집단외의 아이들에게 배타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성적이 나쁘고 또래사이에서 우둔하다고 평가받는 아이가 소외되는 일은 흔히 볼수 있었지만 똑똑하고 가정도 부유한 아이가 또래집단에서 배척당하고 심지어 신체적으로 공격받기까지 하는 사례는 요즘들어 생긴 일이다.

○성적이 리더 결정

 이러한 일은 교사의 특정아동에 대한 편애가 한 이유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교사의 편애를 받는 아이를 선택적으로 싫어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일선교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위 보고서는 특히 여학생집단의 배타성이 강하고 어떤 아이가 자기중심적이거나 유별나게 잘난 척하면 이내 소외시키며 이런 아이를 교사가 두둔하려 할 때 그 경향이 커진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리더의 영향도 상당히 크다. 우리사회가 급속한 변화와 도시화의 과정을 밟기 이전만 해도 기성세대들의 어린 시절에는 완력으로나 지도력으로 소위 또래의 대장이 되는 아이는 다른 많은 아이들 위에 군림했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국민학교 학급마다 리더라고 부를만한 중심인물이 있지만 일선교사들은 그 성격이나 강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요즘은 학교생활의 많은 측면이 제도화돼 있어 학교나 학급단위로 어떤 일을 할 때는 자연히 반장, 부반장등 학급임원들을 중심으로 움직여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소풍을 가서 모여 논다든지 여럿이 함께 즐기는 활동을 할 때에는 다른 아이가 의사소통의 매개가 되기도 합니다. 대개 성격이 열려 있고 상대방의 입장을 잘 받아들이면서 개방적인 아이들이 그런 역할을 맡지요. 예전처럼 물리적 힘이나 집안이 배경이 되는 리더는 보기 힘듭니다』 

 서울 계상국교 이록범교사(26)는 아이들의 또래문화가 예전같은 끈끈함은 없지만 상당히 합리화되었다고 평가한다. 이교사는 입시문화의 영향으로 리더의 요건에 성적이 빠질수 없는 부분이 됐다고 덧붙였다.

 국민학교시기에는 이성에 대한 관심과 표현이 처음 나타난다. 요즘 아이들의 스스럼없음은 이성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방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어렸을 때는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 빈말이나 낙서에도 얼굴이 붉어지고 화를 내기 일쑤였으나 요즘 아이들은 좋아하는 상대가 있으면 편지를 보내거나 선물을 하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공공연히 선언하거나 집에까지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서의국교 김현아교사는 『특히 정신적인 성숙이 빠른 여학생들이 「난 널 찍었어」 「넌 내꺼야」 「다른 사람은 얘 건드리지마」등 적극적으로 자기표현을 한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의 고민을 전화로 상담하고 있는 참교육상담소 윤영림상담원(33)도 『아이들이 「남자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쳐 달라」는등 이성문제에 대해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것으로 보아 요즘 국민학교 아이들은 이성친구가 한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것같다』며 『이성간의 사귐이 나쁘다고는 할수 없으나 이성교제에 대한 강박관념, 열등의식을 갖거나 이성간의 교제가 성장하면서 불건전한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사와 학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 임철순 부장대우·이대현·김현수·하종오·장인철·김병찬·변형섭·김범수기자(사회부)·고명진·오대근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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