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치 있느냐” 언론 책임논쟁도 빌 클린턴미대통령의 혼외정사 스캔들이 백악관측의 조기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걷잡을수 없는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클린턴의 아칸소주지사시절 경호경찰관들의 폭로가 발단이 된 이 스캔들은 최고통치자의 과거 여성편력이라는 세간의 통속적 관심차원을 넘어 공직자의 사생활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이들 두 전직경호원은 지난 19일 미CNN TV 인터뷰등을 통해 자신들이 『클린턴의 외도를 위해 호텔을 잡고 여자들을 소개했다』며 『클린턴은 심지어 조깅을 하다가도 여성들과 은밀한 밀회를 즐겼다』고 주장했다.
이 낯뜨거운 내용이 처음 폭로됐을 때만해도 백악관측은 대선당시의 경우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지난해 대선때 클린턴이 술집여가수 제니퍼 플라워스와의 섹스추문을 무사히 넘김으로써 공직자로서의 윤리성을 검증받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백악관측은 그러나 이번 스캔들이 「섹스게이트」라는 제목으로 연일 매스컴을 타면서 계속 확대되자 21일 힐러리여사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힐러리여사는 『이 사건은 돈과 정치적 목적을 노리는 자들에 의한 당치않은 주장』이라며 남편을 적극 두둔했다. 클린턴 자신도 22일 기자회견을 자청, 외도주장을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그러나 전직경호원들은 『이는 완전한 진실』이라며 『의심나면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도 불사하겠다』는 완고한 자세이다. 이들은 심지어 『클린턴대통령이 자신들의 입막음 대가로 연방정부의 일자리제공을 제의했다』며 클린턴을 계속 궁지에 몰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은 양측간의 치열한 설전 못지않게 미언론내부에서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연 대통령의 과거 성생활이 보도가치가 있느냐하는 문제때문이다.
일부 상업언론들을 제외한 대표적인 미권위지들은 섹스게이트 보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우리는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타블로이드판 신문이 아니다』며 스캔들기사 자체를 간단하게 다른뒤 힐러리의 부인회견을 기사로 취급했다. 반면 워싱턴 포스트와 워싱턴 타임스는 이기사를 1면에 상세히 취급했다.그러나 흔히 이런 종류의 추문보도에 관대했던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직까지 한줄의 기사도 내보내지 않고 있다.
이번 스캔들은 공직자의 사생활 보도와 관련한 언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해묵은 논쟁을 또다시 촉발시키고 있다.【박진용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