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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 세제실장 김용진씨(격변'93사건과 인물: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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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 세제실장 김용진씨(격변'93사건과 인물:8)

입력
1993.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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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돈 관행깬 실명제 산파역/“지나친 규제” “큰손엔 관대” 비판 받기도 금융실명제가 전체 경제구조에 미칠 영향은 이제 와서 새삼 풀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이다. 검은 돈, 지하자금등 무기명거래의 오랜 관행을 깰 때 벌어지는 구조적 변화는 이미 실명제 시행 4개월을 넘기면서 현실의 구석구석에서 드러나고 있다. 

 금융실명제의 시행을 비밀리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무산파역을 맡은 김용진 재무부세제실장(54)은 『1개월가량의 비밀작업기간 내내 보안문제에 가장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말했다. 제도의 골격은 80년대초부터 축적된 참고자료가 있어 보완이 가능했으나 실명제를 준비한다는 기밀이 누설되면 실명제와 상극인 검은 돈을 시작으로 예금이 은행에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는 대량인출사태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고 김실장은 말했다.

 김실장등 재무부의 실명제 준비팀 7명은 안가로 이용한 과천아파트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비밀작업을 수행했다. 그런데 실명제발표가 있고 난 다음날 철수하는 길에 만난 아파트의 경비원이 『논문을 쓴다더니 글씨를 알아볼 수 없도록 잘게 잘려나오는 종이쓰레기가 하도 많아 경찰에 신고하려는 참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준비기간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무슨 사단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실명제 시행후 경과기간으로 설정된 2개월간의 실명전환의무기간은 경제적으로 격변의 시기였다. 특히 시행초기의 며칠간과 의무기간 마감일을 전후한 1주일가량은 하루하루가 극도의 긴장으로 이어졌다. 의무기간 마감일인 10월12일 직후에 큰손들이 은행에서 동시에 거액을 대량인출, 큰 혼란을 유발한다는 대란설이 한동안 증시를 사로잡기도 했다. 또 『규제가 너무 심해 지하자금을 더 속으로 숨게 만든다』는 비판과 『큰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해 실명제 취지가 퇴색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김실장은 이에 대해 『지금도 작업과정에서 현실의 토대 위에 실명제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으며 맹목적인 현실타협이나 원칙고수는 배제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명전환 경과기간에 기존의 가명예금 2조8천3백42억원의 97.4%인 2조7천6백4억원이 실제 소유자명의로 모습을 드러내 초기도입부는 일단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차명예금 중에서는 3조4천7백75억원이 실명으로 명의를 바꿨다. 정체가 탄로날까봐 지하자금을 불법으로 실명전환하려는 고객을 도와준 금융기관 직원들이 구속되는 사례도 생겼다. 특히 재계총수 가운데 김승연한화그룹회장이 83억원의 비자금을 불법전환한 것이 드러나 파문을 던졌다. 한여름 복더위에 밤샘작업을 강행한 준비팀으로선 실명제의 중간실적이나 위반사례가 드러날 때마다 부담이 더 커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실명제의 성패는 수년간 시간을 두고 서서히 판가름날 것이다. 실명제는 종전의 정치자금관행등 정치문화의 개혁이 함께 수반될 때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실명제의 2단계에 해당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방안이 95년에 도입되면 실명제는 거의 뚜렷한 골격을 갖추게 된다. 2단계 작업이 또 김실장등 준비팀을 기다리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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