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시공」은 경쟁력있어 “여유”/선진국기술 60∼70%수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로 연간 40조원(93년기준)규모의 국내 건설시장이 개방된다.
민간시장의 경우 외국업체의 1백% 단독투자법인 설치가 토목·건축등 일반건설업은 95년, 철물·설비등 전문건설업은 96년부터 각각 허용되며 지사설립을 통한 국내진출은 일반건설업의 경우 96년, 전문건설업의 경우 98년부터 가능해진다. 또 96년부터 외국의 건축설계업체들이 국내건축사와 공동계약에 의해 국내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며 건설기계및 장비임대업도 96년부터 완전 개방된다.
이와함께 정부등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건설시장도 97년에 개방돼 외국업체들이 대형 프로젝트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98년이후에는 건설시장의 문턱이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업체들끼리의 출혈경쟁으로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마당에 외국업체들까지 쏟아져 들어와 수주경쟁의 강도가 지금과는 비할 바가 안될정도로 치열해지는것이다. 더욱이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업체는 막강한 자본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주류를 이룰것이 뻔해 국내업체들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이미 한 수 아래의 열세에 처해있는것이 사실이다.
외국업체들과 맞붙더라도 단순 시공분야에서는 크게 걱정할게 없다는게 국내업계의 전망. 이 분야에선 국내업체들도 세계적으로 중상위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노동집약적이어서 외국업체들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고부가가치 분야다. 고기술을 요하는 설계·엔지니어링등 건설소프트웨어부문과 대형플랜트사업·인텔리전트빌딩등 고도의 기획과 시공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시장잠식이 크게 우려된다. 이 부문에서 국내업체들의 기술수준은 미·일등 선진업체들의 60∼70%선에 불과, 현재도 거의 전적으로 외국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건축설계분야에서 빌딩자동화·정보통신시스템 지원등을 위한 엔지니어링기술이 극도로 취약, 대외경쟁력이 거의 영점에 가깝고 대형 상업·업무용 빌딩분야도 수준이 낮아 기본설계조차 외국업체들의 몫이 되어왔다. 설계업의 규모면에서도 영세성을 면치못해 국내 종합설계사무소의 건축사 보유인원은 평균 3.3명선에 불과, 일본 상위 30개업체가 평균 1백35명의 건축사를 보유하고 있는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분야의 설계시장규모는 연간 1조원을 상회할 정도로 급팽창하는 추세인데 개방 첫해에 최소 15%이상이 외국업체들에 넘어갈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시장이 개방되면 이같은 고부가가치 분야는 선진외국업체들이 거의 독식, 국내관련업계는 전멸할 우려마저 없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한다.
대형 플랜트공사에서도 국내업체들이 상당한 열세에 놓여있다. 최근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교량 댐 해안시설공사 지하구조물 발전설비 화학공업 플랜트부문의 국내시공기술은 외국선진업체에 비해 70∼85%에 불과한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토지및 부동산개발부문도 안심을 할 수 없는 상황. 선진외국업체들이 풍부한 경험, 참신한 아이디어, 기획조사력, 철저한 서비스를 앞세워 아파트재건축·나대지개발등의 일반부동산시장을 공략할 경우 국내기존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개방의 파고를 극복하는 관건은 「기술자립」에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건설업체의 내실있는 대형화·전문화가 시급히 이뤄져야하며 특히 종합건설업 면허체계의 도입을 통해 건설공사의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등 전분야를 체계적으로 일괄 수행할 역량있는 고급 건설업체를 육성하는 정책이 요구된다는것이다.
가격위주에서 품질위주로의 경쟁체제 촉진여건 조성, 과도한 행정규제의 완화, 우량 건설업체에 대한 세제·금융지원 확대등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업계도 그동안 정부의 보호만 요구해온 무책임한 자세에서 탈피해야 할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방에 앞서 민관일체의 비상한 대처노력이 없을 경우 국내업계가 홍콩의 건설업계처럼 외국선진업체들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하는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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