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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엔 한국식기가 제격/지우세피 그리마니(내가본 한국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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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엔 한국식기가 제격/지우세피 그리마니(내가본 한국 한국인)

입력
1993.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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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외면 외제선호 이해안가 한국에서 2년 가깝게 살고있다. 나는 처음에 한국 또는 한국인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대로 답변을 하지못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 답변의 객관성 여부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객관적 답변」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갖게도 됐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됐을때 강남에 있는 고급음식점에 간 적이 있었다. 깨끗한 시설에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깔끔했다. 음식을 들다 문득 그릇들을 보니 나의 고국인 이탈리아제 식기들이었다. 고향에서 생산된 제품이라 반갑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왜 한국음식들을 한국전통의 식기 아니면 적어도 한국에서 생산된 식기에 담아 내놓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로부터 얼마후 다시 인사동에 있는 한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할 기회를 가졌다. 처음 가보는 한국 전통음식점이었는데 건물외관도 한국적이고 인테리어도 전통한국식이었다. 한국에 온지 처음 가보는 전통음식점이어서 너무 신기하고 매력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한국고유의 방식대로 양반자세로 앉아 식사를 했다. 처음 가져보는 양반자세가 정말 재미있었고 하나하나 줄지어 나오는 한국음식들도 맛있게 느껴졌다.

 그 이후 나는 외국손님들이 찾아 오면 반드시 인사동의 한식당으로 데려가 대접한다. 반응은 너무 좋다. 그들은 모두 이국에서 겪어보는 한국적인 음식문화에 호감을 갖고 즐거워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한국에 와서는 한국적인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국음식은 한국그릇에 담아야한다. 그래야 맛있다. 한국음식의 맛이 살아난다. 또 한국건물들 대부분의 인테리어도 외국에서 수입된것들로 치장한 경우를 많이 보는데 외국인들에게는 그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한국인들은 값비싼 자재를 들여 더 고급스럽게 치장하기 위해 고가의 외국자재들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듣는데 내 견해는 다르다. 한국인은 한국의 것으로 치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외국의 것들로 치장하려는 습관을 이제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여행업종에 종사해서 느끼는 것인데 안에서는 그렇게 이국적인 것들을 찾는 경향이 강한 한국인들은 또 막상 외국에 나가서는 그렇지 못한것같다.

외국에 여행나가서도 한국말만 쓰려하고 한국인끼리만 어울리고 한국음식만 찾는 습관이 강한것같다. 그러면 한국에 있는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여행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문화와 다른 생활방식을 접하게 만들며 스스로에게 자연스러운 변화의 기회를 가져다 준다. 나도 역시 이렇게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것에 융화돼가고 있고 다른 전통 문화와 사람속에 어울려 한국적인 것을 만끽하고 있다.

 한국인은 강인한 성품, 뚜렷한 개성, 긴 역사, 그리고 독특한 문화와 전통을 갖고있다. 이 모든 특성은 자랑할만큼 귀중한것이며 세계에 널리 알리고 보여줘야 한다. 한국에 오는 모든 외국인들은 이런 독특한 한국적인 삶과 사물에 매료되는것이지 서양화된 한국인에게 매혹되지 않는다. 내 소견은「외국인이 한국인을 어떻게 보느냐」는것은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질문은「한국인이 외국인을 한국에 대해 어떻게 인식시키느냐」그리고「한국인은 외국인에게 어떻게 인식되기를 원하느냐」라고 생각한다.(클럽메드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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