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가신그룹 등 비중은 축소/독자적구상 전격인선 가능성도 김영삼대통령은 개각에 누구의 조언을 받는가.만약 조언을 하는 사람이나 그룹이 있다면 그 영향력은 어느정도일까.
과거 5,6공의 개각은 비서실장과 안기부장의 의견, 사정·민정수석이 제출하는 인사자료등에 대부분 의존했다. 전두환 노태우전대통령이 군출신이어서 정치인맥이나 경제엘리트를 잘 알지못했기때문에 청와대비서실과 안기부의 정보보고가 각료인선의 중요기준이었다.
김대통령도 이러한 공식정보를 활용하지만 그 의존도는 전·노전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김대통령은 40여년의 정치역정에서 정계·학계·재계에 두터운 인맥을 쌓았고 쟁쟁한 측근들을 두고있기 때문이다. 지난 조각때 이들 인맥이 천거한 인사들이 내각에 대거발탁됐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그러나 2기내각의 인선은 조각과는 어느정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있다. 우선 조각때 거의 역할을 하지못했던 청와대의 공식채널이 어느정도기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뚜껑이 열리지않아 속단할 수는 없지만「민정수석실―비서실장」의 보고가 조각때보다는 많이 참작될것 같다.
물론 김대통령의 독자적 인사를 점치는 의견도 상당하다. 이회창총리의 등용이 청와대수석들을 놀라게했다는 사실이「허를 찌르는」인선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있다. 하지만 이총리 발탁의 전격성에도 불구하고『이번에는 공식의견의 비중이 높을것』이라는 전망이 청와대 안팎의 중론이다. 조각 당시 단명장관이 나와야했던 아픈 경험이 공식적인 내사와 인선의 신중도를 높이고 있다는것이다. 이총리와 박관용비서실장이『새 내각은 개혁성 국제적안목 업무추진력을 갖춰야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것도 공식채널의 의견교환이 활발하다는 증거다. 청와대 비서실을 중심으로한 공식기구의 움직임이 설령 실무차원일망정 활발하다는것은 체계적인 인선이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하는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단 공식기구중 안기부의 영향력은 적어지는것 같다. 과거 정권과는 달리 안기부의 보고서는 참고사항에 그치고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 측근들의 움직임도 별로 눈에 뛰지않는다. 조각당시 활발하게 움직였던 이른바「YS공신」중 박비서실장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개각의 정보에 근접하지 못하고있다. 대신 이들은 박실장을 통해 개각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있다. 황명수사무총장이 16일 청와대에서 박실장을 소문없이 만났고 민주계의 K의원은 이날 밤 실장공관으로 찾아갔다. 박실장은 17일 아침 P의원을 만났으며 김덕롱정무장관과도 의견을 나눴다. 이들외에도 상당수의 민주계의원들이 나름대로 뜻을 전했다. 민주계는 주로 『내무장관은 우리가 맡아 각 지역에서 개혁적 인물을 발탁, 지자제등 향후 정치흐름을 장악해야한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내무장관 후보로 최형우 김덕롱의원등이 거론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실장은 민주계만이 아니고 민정계의 정서도 수렴하고 재계·학계의 여론도 들어 민주계의견을 비롯, 다양한 시각을 대통령에게 건의한다고한다.
김대통령은 이런 보고외에도 사적 채널을 통해 정보를 듣고있다. 가족들이 전해주는 시중의 얘기들을 참조한다는 말도 있다. 오랜 친구들과도 상의한다. 또 대선당시의 사조직을 통해 인선자료를 챙기고 있다는 얘기도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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