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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애도 자정과 개혁 물결/종교(93 문화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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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애도 자정과 개혁 물결/종교(93 문화결산)

입력
1993.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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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재산공개 선언·천주교 성직자 납세검토/성철스님 열반… 참된 삶 일깨워/종교간 “벽 허물기”… 공동협 발족·학술회의도 올해는 문민정부 출범으로 비롯된 개혁의 물결이 종교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한 해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 추앙받던 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의 열반은 많은 사람에게 삶의 참뜻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개신교의 경우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 새 정부의 「신한국」건설을 뒷받침 해 줄 의식개혁 노력에 힘을 쏟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역시 민주화투쟁과 같은 사회구원 우선의 선교방향에서 진로를 수정하고 정부의 개혁과 자정 의지를 범교회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교회협은 이와 함께 성직자와 종교계도 재산공개를 요구하는 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성직자의 납세와 재산공개에 긍정직인 시각을 갖고 교계의 여론을 수렴하는 시도를 조용히 진행했다. 비교적 보수적인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3월말 「교회갱신윤리위」를 발족시키고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자신의 생활부터 경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개신교에 앞서 천주교는 10월 중순 주교회의에서 성직자의 납세를 적극 검토할것을 밝혔다. 천주교도 김수환추기경를 비롯한 교회 전체가 새 정부의 개혁정책을 지지했고 종교계가 우리사회의 도덕성 회복에 앞장서서 자정 분위기 조성을 이끌어야한다는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평신도를 중심으로는 국산품 애용운동을 전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

 또 교회의 중산층화를 예방하고 초대 교회처럼 사랑이 넘치는 신앙공동체를 일구자는 의미에서 본당 중심의 사목활동을 지양하고 평신도 중심의 사목활동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어 주목된다.

 불교계에도 개혁의 바람이 스며들어 조계종의 경우 사치생활 배제를 비롯한 의식개혁 8개항을 마련했다. 조계종은 이에 더 나아가 7월에 불교역사상 최초로 사찰재산공개를 선언하고 전국의 조계종 소속 사찰에 대한 재산파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열반한 성철스님은 청정한 수행의 자세와 철저한 자기탐구, 그리고 무소유의 실천을 통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삶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말없이 보여준 선지식이었다. 스님의 그러한 수행 도정은 바로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는 즉 이타행의 보살도를 일깨워주었다.

 종교간의 벽을 허무는 종교계의 노력이 어느해보다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하게 시도됐다. 우선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등의 종교인이 참여하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가 7월초 출범했다. 또 인류최초의 범종교인대회였던 「세계종교의회」(1893년 9월 ·미국시카고) 개최 1백주년을 기념하여 국내에서도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가 공동으로 「21세기를 향한 종교간 이해와 지구윤리」를 주제로 지난달 초 의미깊은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밖에도  환경과 생명존중 운동, 쌀개방반대등의 분야에서도 종교간에 연대하는 움직임이 뚜렷했다.【이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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