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열세불구 실력대결 “자신” 정부조달협정이 타결됨으로써 97년1월1일부터 우리나라의 42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시도, 23개 정부투자기관의 조달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조달시장의 개방은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각종 물품·서비스 구매와 건설공사 입찰에 외국업체도 국내업체와 같은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 공정하게 경쟁토록 한다는 의미다. 이에따라 97년부터 국내기업들은 1백20억달러(10조여원) 규모에 이르는 국내 조달시장을 둘러싸고 유수한 외국 대형업체와 동일한 조건아래 치열한 수주싸움을 겪게 됐다.
조달시장 개방의 영향에 대해서는 우리 산업의 「실력」에 비춰 국내시장 잠식 피해보다 선진국조달 시장으로의 새로운 도전과 진출 기회로 부각될 거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이 적지않다. 또 우리나라 정부조달시장의 오랜 병폐인 경쟁업체간 담합이나 예정가의 사전누출등 각종 입찰비리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조달협정이 우루과이라운드(UR)의 다른 분야와 달리 모든 나라가 반드시 가입토록 의무화된 부분이 아닌데도 정부가 우리 경제의 국제화촉진 차원에서 거의 자발적으로 참여방침을 정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조달협정은 79년 도쿄라운드에서 제정된 다자간무역협정(MTN)의 9개 분야가운데 하나로 가입국 상호간에 정부조달시장도 교역을 자유화하자는 목표를 내걸고 진행됐다. 일반상품 교역에서처럼 ▲한 나라에 부여한 혜택을 나머지 회원국에도 똑같이 주는 최혜국대우 원칙과 ▲외국기업에도 국내기업과 마찬가지로 대우하는 내국민대우 원칙을 조달시장 분야에도 적용해 국제적으로 명료하고 공정한 경쟁입찰을 추진하자는 취지다. 현재 조달협정 가입국은 유럽공동체(EC) 12개국과 미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이스라엘등 23개국이며 우리나라가 이번에 참가해 모두 24개국이 된다.
UR와 맞물려 타결된 조달협정의 최종골격은 ▲청와대 안기부등 안보관련 핵심기관을 제외한 42개 중앙행정기관 ▲15개 시도 ▲한전등 23개 정부투자기관이 모두 개방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 협정은 내년4월 참여국의 공식서명과 각국의 국내비준 절차를 거쳐 96년1월1일부터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다만 신규 참여국인 우리나라는 협정발효 시기를 1년간 유예받아 97년1월1일부터 조달시장을 본격개방하게 된다.
이번 협정이 국내 산업에 가져올 파급영향에 관해 당국이나 연구기관의 계량분석 결과가 제시된 적은 아직 없다. 협상 주무부처인 상공자원부는 지금까지 참여가 제한됐던 미국(연간 9백50억달러규모) EC(1천5백억달러) 일본(4백억달러)등 주요 선진국의 조달시장에 국내기업이 진출할 기회를 가질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폐쇄적인 일본 건설시장에 참여하게 돼 토목 건축분야 국내업체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상당한 규모의 「건설수출」이 가능해졌다는것이다.
반면 정부조달시장이 개방되면 국내업체가 기술열세를 보이는 일부 분야는 외국업체에 의한 시장잠식이 불가피해진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물품부문에서 전문과학기기 산업기계 광산물, 건설부문은 전문건설(엔지니어링)등이 각각 외국업체보다 열세인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물품이나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기관입장에선 응찰업체가 국제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품질 가격의 선택 폭이 그만큼 넓어져 예산의 지출효율성이 제고될 것은 확실하다. 또 응찰기업도 갈라먹기나 덤핑경쟁등 비정상적 수주노력보다 업체 내부의 생산성향상 경영합리화로 당당하게 대결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될것이다.
조달시장 개방에 따라 그동안 생산품의 상당부분을 정부조달로 소화해 온 국내 중소업체들에게 심각한 부담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최종협상안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구매나 농산물구매는 각각 예외로 인정받아 차기 협정개정때까지 줄잡아 3년이상 시간여유를 갖게 됐다.
공산품이나 서비스등 비농업부문에 있어서 UR 개방과 국제화는 국경을 초월한 적자생존의 경쟁을 의미한다. 기업의 실력에 따라 융성과 도태가 더욱 극명하게 엇갈릴 「UR 새시대」를 맞은 상황에서 3년의 준비기간은 짧지 않다.【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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