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김기웅순경이 드디어 풀려났다. 없는 죄를 뒤집어 씌웠던 수사기관이나 사법부도 드러난 실체적 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김순경의 경우가 결코 남의 일 같지않아 한편으론 이제라도 풀려난게 다행스럽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 그런 일이 누구에게 또 일어날지 조마조마한것도 사실이다. 국민들의 이같은 조바심어린 걱정은 풀려난 김순경 스스로의 입을 통해 극명하게 그 이유가 밝혀지고 있다.
먼저 김순경은 풀려난 소감에서 자기를 살린게 결코 검찰이나 사법부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무서운 말이 또 있을까 싶다. 나라와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가동되고 있는 우리의 법과 제도와 조직이 억울함을 푸는데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지적은 정말 폐부를 찌르는 것이다. 하느님과 부모형제만이 나를 살렸다는 김순경의 한탄은 거듭 강조하거니와 우리 조직사회의 중대한 흠결과 자구능력부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경찰·검찰·사법부에 대해 김순경이 각각 언급한 대목은 그런 조직의 문제점들을 정확히 지적하고도 남는다 하겠다.
경찰에 대해 초동수사부터가 잘못됐고, 가혹행위와 회유마저 불사하며 죄를 옭아맸고, 경찰신분이 아니었다면 더욱 심한 가혹행위마저 불사했을것이라고 했다.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지적은 더욱 핵심적이다. 한마디로 진실을 밝혀내려는 의지부터 없었고보니 노력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검찰이나 사법부란 범인을 열사람 잡는것 보다 억울한 한 사람이 나오지않게 하는게 중요하다는 김순경의 체험적 술회야말로 바로 보통 사람의 솔직한 인권선언이요, 사법부의 갈길마저 제시해주는 감이 없지않다.
이제 김순경은 풀려나왔는데도 그를 잡아넣었던 조직과 사람들은 여전히 말이 없다. 과연 이래도 되는것인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 억울함을 바로 잡겠다면서 그 동안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말한마디나 문책이 없고서야 국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는가.
『풀어줬으면 그만』이라는 투의 주권자에 대한 방자함이 언제까지 계속될것인지 국민들은 지금 지켜보고있다. 보도에 따르면 수사당시 상황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는 핑퐁식의 변명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는 안된다. 이럴수록 겸허·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해 못된 부분을 도려내고 제정신을 찾는게 조직의 참된 발전은 물론이고 개혁의 길로도 통한다.
김순경의 억울한 고통에 국민의 이름으로 위로를 전하면서, 거듭 경찰·검찰·사법부의 책임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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