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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우리학문 찾자” 큰 반향('93문화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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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우리학문 찾자” 큰 반향('93문화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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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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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고문서 반환약속도 값진 성과/주체·독창성 추구 몸부림 “학문적 성숙”/구총독부건물 철거확정 올해는 우리 학문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그리고 이런 반성이 「학문의 한국적·독창적 발전」이라는 학문적 성숙으로 이어진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일제식민통치의 상징인 구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기로 확정한 것과,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고문서에 대해 학계가 목소리를 합쳐 반환을 요구함으로써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이 반환키로 한 약속은 역사학계는 물론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하고 기억해야 할 경사였다.

 『우리 학문은 죽었다』

 우리 학문에 대한 내적 성찰은 한 중견학자의 충격적인 선언으로 터져나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문학통사」라는 저서로 유명한 조동일교수(서울대)는 지난6월 우리학문의 위기를 지적한 「우리학문의 길」(지식산업사간)을 펴냈다. 그는 『너무나 위급하기에 학술서적다운 신중함이나 치밀성을 저버린다』고 밝힌 이 책에서 『우리 학문은 죽었다』고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문제제기는 적잖은 공명과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대학이 계속해서 서양학문의 수입상 노릇만 하면 한국의 학문은 영원히 2류, 3류를 벗어날 수 없다. 뒤쫓아 가려고만 하지 말고 국제경쟁력을 지닌 우리 학문을 내놓는 것이 학문선진화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서양학문에 대한 비판에 바탕해 새로운 학문을 창조하는 일이 필요하며 현 단계 우리 학문의 임무는 우리의 현실을 설득력있게 설명하고 민족의 진로를 제시하는 「종합설계도」의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3개월 뒤 중견사회학자 김경동교수(서울대)가 펴낸 「한국사회변동론」(나남간)은 조교수의 다급한 외침이 공허하거나 외롭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외국이론과 방법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사회학의 지적풍토에서 국내 처음으로 독자적인 분석틀과 개념을 사용해 한국사회의 변동을 설명한 이 책은 한국사회학, 나아가 우리 학문의 질적인 성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음양변증법, 노자의 역설적 논리, 기 철학등을 토대로 한국사회변동의 일반원리를 캐내려 한 제1부 「일반이론의 탐색」과 경제성장과 한의 사회학을 탐구한 제3부 「경제성장과 사회변동」은 한국사회학에서 보기 드문 성과였다.

 한국사회학회장을 역임한 그는 『이 책은 우리사회가 겪는 변동의 성격을 우리 사회 현장에서 발굴해 낸 개념과 이론적 원리들을 통해 규명하려는 첫번째 시도』라고 말했다.

 그의 시도는 다시 3개월 뒤 한국사회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신용하교수(서울대)의 「독창적 한국사회학」천명(본보 12월11일자 17면 보도)으로 한국사회학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게 됐다.

 11월 구조선총독부 건물의 철거가 확정된 것은 사학계의 경사였다.

 이 경사는 지난 4월 본보에 의해 철거문제가 새롭게 제기된 이후 「구조선총독부건물 철거촉진위원회」를 결성해 여론을 주도한 일부 역사학자들의 신념어린 사회참여활동의 결과이기도 해 더욱 의미가 컸다.

 또 범국민적인 여론의 확산으로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약탈해 간 3백40여점의 외규장각 고문서에 대한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의 반환약속을 이끌어 낸 것은 학계의 또다른 수확이었다.

 다만 프랑스 국내의 반대여론과 지지부진한 외교교섭으로 고문서의 반환이 올해를 넘기게 된 것은 커다란 아쉬움이다. 

 이밖에도 우리학계는 올해를 풍미한 문민정부의 개혁에 대한 학술적인 탐구, 학제간 공동연구 뿌리내리기, 진보진영의 제자리 찾기 노력등으로 뜻 있는 한 해를 보냈다.

 특히 학술단체협의회(공동대표 김대환 인하대교수)가 10월 마련한 「한국민주주의의 현재적 과제, 제도, 개혁 및 사회운동」심포지엄은 문민정부의 개혁과 우리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개선방안을 학술적으로 모색한 뜻 깊은 자리였다.【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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