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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중심 농업 과감히 탈피해야”/본격 개방시대 바람직한 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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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중심 농업 과감히 탈피해야”/본격 개방시대 바람직한 농정

입력
199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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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담/소비자 취향 반영 다양한 소득원 개발을/농지제 잘만바꾸면 희망/UR같은 엉성한 대응 앞으론 안통해 쌀시장개방 이후 우리농촌은 어떻게 될것인가.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에게 쌀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전통, 민족정서를 지탱해온 지주이기에 농민은 물론 온국민의 뜨거운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14개 기초 농축산물시장 개방까지 겹쳐 우리 농업은 존폐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 외풍이 몰고온 경제변혁을 맞아 개방 반대론과 불가피론을 짚어보고 종합적인 농정시책의 지향점을 모색하는 전문가 긴급대담을 지상중계한다.【편집자주】

 ―바쁘신 중에 귀중한 시간을 내주시어 대단히 감사합니다. UR타결로 쌀에 이어 쇠고기등 14개 기초농산물(NTC품목)마저 개방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경쟁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농촌이 전례없는 개방의 물결로 위기를 맞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할것인지가 국가적인 대사입니다.

 당초 정부는 쌀만은 절대 개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오다 개방불가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처음의 개방절대불가전략이 일부에서 말하는 소위 시대착오적인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였는지, 신국제화추세에 있어서 보다 유리한 협상결과를 얻기 위한 하나의 전술이 될 수 있었던것인지, 아니면 개방불가 자체로 하나의 전략적 가치가 충분했었는지에 대해 견해를 듣고싶습니다.

○정부 협상전략 문제

 ▲김교수=결과를 놓고 보면 정부가 쌀시장개방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우루과이라운드협상(UR협상)에 대한 대비와 협상능력도 부족했다고 보여집니다.

 국제협상에서는 치밀한 전략과 지식, 탁월한 국제언어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담당공무원의 잦은 인사로 그때그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과거의 지식과 전략·전술이 축적돼 전수되지 못했습니다. UR협상 7년동안 농수산부의 통상국장이 6명,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장 역시 6명이 바뀌었습니다.  일본과 연계한 정부의 협상전략도 문제였습니다. 63년에 이미 GATT의 BOP조항(국제수지균형)을 졸업한뒤 30년동안 농업구조를 개선해온 일본과 같은 전략을 세운것부터가 잘못된것이예요.

○냉엄한 현실 이해해야

 ▲김원장=쌀개방불가라는 정부의 협상목표 외에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국민의 뜻이 절대적 개방불가입장인 상황에서 어떤 정부가 쌀을 개방해도 좋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쌀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과거나 지금이나 확실히 강했다고 봅니다. 다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데도 개방했느냐, 아니면 깨질것을 알면서도 개방불가를 주장했느냐는 것입니다.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장으로 2년간 이 업무를 추진할때 쌀을 지킨다는것이 무척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UR가 물론 다자간협상이지만 결국은 협상보다 논리성과 힘이 지배한다는 냉엄한 현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강대국과 달리 우리는 아무리 논리적이라도 주요 강대국간의 협상에 끼지 못하고는 쌀의 개방을 막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김교수=정부의 운신폭이 절대개방불가 원칙외에 없었다는것은 인식하고 있지만 협상의 대비와 전략이 얼마나 충분했느냐는 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김원장=국제협상과정을 예측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주도국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협상에 관한한 정부를 믿어주어야 합니다. 협상에 나간 이상 국익을 위해 애쓰지 않는 정부는 없을겁니다.

 공세적 외교에 대해서는 쌀만을 놓고 본다면 김교수님 의견에 동의하지만 UR에서 논의되는 전반적인 의제를 놓고 보면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수세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쌀시장이 열리면 우리농촌의 쌀농사가 몰락할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과연 그렇게 될지 견해를 들려주시지오.

○KDI분석 피상적

 ▲김교수=최근 KDI나 농촌경제연구원이 개방의 효과를 분석·발표했는데 피상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농민들은 실제로 쌀개방을 정부의 농업포기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는 차치하고 계량적인 분석으로 일관해서는 안됩니다. 쌀개방뉴스가 전해지자 농기계 반납운동이 일고 땅을 팔려는 사람들이 급증했다는것이 단적인 예가 아니겠습니까.

 ▲김원장=개방된다 하더라도 수입될 쌀이 국내쌀값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닐것이라 생각합니다. 4%이하의 수입은 주정형태로 소비되는 쌀의 규모에 불과하며 정부차원에서 이를 흡수하리라 생각합니다.

 ―쌀시장개방에 대비해 21세기까지 바라보는 장기적인 영농정책이 필요할것으로 보입니다. 합리적인 영농정책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김원장=우리나라에서는 농업·농촌·농민의 개념에 혼동이 있습니다. 최종의 목적은 농업이 아니고 농민이 잘 살 수 있게 하는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농업정책은 농업으로만 농민을 잘 살리려는데 집착해왔습니다. UR이후 닥쳐올 태풍에 대비하려면 기존사고중 상당부분을 버려야 합니다.

 ▲김교수=쌀을 지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하겠습니다. 최근 경제기획원과 재계는 농민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는데는 절대 동의하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대안에 위험천만한 발상이 포함되어 있어 문제입니다. 재계가 정부에 건의한 농지정책에는 땅값을 올려 농민이 한몫잡아 농촌을 떠나게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김원장=경쟁력있는 농업을 만들기 위해선 농업내의 여건상 쌀을 중심으로한 농업이 최선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농업의 구조가 쌀이 모자라 공급을 늘리기 위한 과거와 달라진 현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농업도 다른 산업처럼 소비자취향의 변화를 반영하는 농업이 되어야 합니다.

 ▲김교수=물론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농업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협상에 관계없이 쌀의 질적 차별화정책을 펴야하지만 문제는 개방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입니다.

 ▲김원장=농업지원정책에도 변화가 와야 합니다. 92년이전 여섯 차례의 농업종합대책이 시행돼 이에 들어간 비용이 1조3천억원에 이르는데 모두가 농가부채탕감등 부담경감비였습니다. 앞으로는 부담경감비보다는 농촌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에 지원정책이 집중되어야 합니다.

 ▲김교수=그간 추곡수매제를 UR에서 인정하는 직접보상제로 바꾸어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것은 정부입니다. 추곡수매가가 높아진것도 정부가 물가지수정책 차원에서 정부미 방출가격을 동결해 도정업 대형양곡상등 민간유통기능을 사라지게한데 그 원인이 있습니다.

 여기에다 지방자치제가 확립되지 못한것도 농민들이 추곡수매에 매달리는 근본 원인입니다. 일본은 지자체에서 직접 지원을 높이는 반면 중앙정부가 수매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농지제도 문제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농지문제와 함께 종합적인 결론을 내려주시지오.

○농지투기 차단해야

 ▲김교수=우리 농지제도의 문제는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이 농지를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것입니다. 서울근교의 농지중 90%가 서울 사람들 소유라고 하지않습니까. 세계 어느 나라건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에겐 더욱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는것이 공통현상입니다. 그런데 현정부에서 입안한 신경제5개년계획과 지난해 12월에 만들어진 농업진흥지역제도는 농지를 투기의 온상으로 만들 소지를 안고 있으므로 재고되어야 합니다.

 총체적인 농촌문제의 근본원인은 농촌·농민정책의 부재에 있습니다. 농민이 도시근로자보다 교육비·의료보험비를 더 내는 모순과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농산물 가공·저장·유통의 진출을 막는 각종제도를 뜯어 고쳐 인간으로서 대접받는 농정을 이룩해야 농업이 다시 살 수 있을것입니다.

 ▲김원장=농지제도에 변화가 와야합니다. 적절한 농지제도가 도입된다면 농촌·농민의 문제중 70%는 해결될것이라 봅니다. 지금과 같이 농촌에 비농촌지역의 자원이 들어가는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제도는 바뀌어져야 합니다. 물론 투기금지와 환경적 고려는 기본적 전제조건이겠지요. 정부는 UR타결의 격랑에서 허겁지겁 졸속적으로 정책을 입안해서는 안됩니다. 최소한 10년을 내다보는 국제흐름을 파악하는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UR가 우리에게 큰 시련이지만 이를 농민과 정부의 역할을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의 기회도 될 수 있을것입니다.【정리=권혁범기자】

▷참석자◁

김성훈<중대산업경제학과 교수> 김인호 <한국소비자보호원장>

진행:이재승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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