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에 쫓겨 합의문 작성도 부실/미·EC 개방 힘겨루기 지속될듯 『우루과이라운드 협상(UR)타결은 또다른 무역전쟁의 신호탄일 뿐이다』
14일 미국·유럽공동체(EC)간의 UR에 대한 「포괄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세계무역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빌 클린턴미대통령, 미키 캔터미무역대표부대표, 리언 브리튼EC무역담당집행위원등은 이날 「역사적」이라는 수사를 사용하며 양측간 막판절충을 극찬했다.
그러나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의외로 이번 UR타결의 의미를 폄하하고 있다. 범세계적 무역장벽의 완전제거를 목표로 7년이나 끌어온 UR협상이 궁극적인 목표달성에는 실패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UR타결과 다자간무역기구(MTO)체제의 출범이 더욱 첨예하고 복잡한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역설적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우선 미·EC간 합의내용이 불완전하기 때문인듯하다. 즉 미·EC 양측대표들이 「검은 수요일(미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신속처리기한의 마감일인 15일)」이라는 시한에 쫓겨 합의문작성에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14일의 합의내용에는 시청각부문이 제외돼 있다. 시청각분야 개방을 놓고 양측이 막판까지 밀고 당긴 줄다리기는 무역장벽의 완전제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프랑스등 EC국들은 시청각분야의 제외를 두고 『칸이 할리우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UR를 이용한 미국의 무차별 사격도 유럽의 문화적 자존심의 벽을 뚫지 못했다는게 EC측의 자랑이다.
그러나 미영화업계의 강한 반발은 미국측의 추후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잭 밸런티미영화인협회(MPAA)회장등은 시청각분야 개방이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돈의 문제』라며 합의문에 서명한 클린턴행정부를 강도높게 질타했다.
미영화산업은 군수산업에 버금가는 미국의 주요 전략산업중 하나이다. 또한 할리우드영화의 해외수출은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떠나 미국적 가치관의 확산이라는 문화팽창주의적 시각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은 시청각문제에 있어 앞으로 결코 물러서지 않고 쌍무협상등을 통해 EC에 지속적인 개방압력을 가할것으로 보인다.
또한 「억지 춘향」식으로 꿰어맞춘 금융·통신·해운분야도 내년 1월부터 시작될 각 분야별 기술적 쌍무협상 및 최종양허표 제출과정에서 다시 재연될 수 있는 불씨가 남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같이 UR타결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들은 무역협상위원회(TNC)에서 서명되는 UR최종합의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또다른 무역분쟁을 불러올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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