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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판 「양김」 연대여부 관심/가이다르/야블린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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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판 「양김」 연대여부 관심/가이다르/야블린스키

입력
199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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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패배로 궁지몰려 가능성높아/성과나쁘면 대권탈락 선택어려움 12·12총선에 패배한 러시아 개혁정파들이 반옐친세력에 대항,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해 앞으로 대동단결할 수 있을것인가.

 각 개혁정파들은 개표결과 패색이 짙어지면서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동안 표출된 정책노선이나 정국운영방식의 차이등을 볼 때 쉽사리 제휴하기는 힘들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선택」 지도자인 예고르 가이다르 제1부총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현 정국을 『나치가 집권하기 이전인 1930년대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정치상황과 흡사하다』고 규정하면서 극단세력의 준동을 막기 위해서는 범개혁세력의 연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극우민족주의자인 지리노프스키의 자유민주당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을 경우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범개혁세력의 협력없이는 개혁추진은 물론 정국안정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것이다.

 개혁세력들은 총선과정에서 4개정파로 나뉘어 서로 옐친이후의 대권을 겨냥하며 이전투구양상을 보여왔다.

 가이다르를 비롯해 야블린스키, 사흐라이, 소브차크등 개혁파지도자 네사람은 각각 독자적인 파벌을 이끌며 대통령이 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중 총선에서 그나마 체면을 유지한 가이다르와 야블린스키가 지리노프스키의 자유민주당을 비롯, 공산당과 농업당등에 맞서 손을 잡을 수 있을것인지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이들은 비슷한 연배(가이다르 37세, 야블린스키 41세)에다 경력마저 흡사한 경제학자 출신의 정치인들이다.

 야블린스키는 90년 러시아공화국에서 부총리를 역임하며 급진적인 경제개혁안을 입안했으나 당시 최고회의의장인 옐친이 이를 거부, 사임했다. 이후 그는 고르바초프대통령에게 발탁돼 5백일 경제개혁안을 작성하는등 소련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부총리를 지낸 바 있다.

 가이다르는 소련붕괴이후 새로 출범한 옐친대통령의 러시아연방에서 부총리로 입각, 총리대행에까지 올랐으나 92년말 충격요법식 경제개혁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며 올해 9월 제1부총리로 복귀했었다.

 두사람은 과거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으나 노선차이로 제휴에 실패했다.

 특히 가이다르는 총리대행 재임당시 야블린스키의 사무실을 방문, 함께 일할것을 제의하기도 했으나 경제정책에 대한 논전만을 벌인뒤 헤어지고 말았다. 이후 두사람은 각각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다. 가이다르는 철저한 통화긴축정책으로 인플레를 잡고 국가독점의 경제체제를 사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야블린스키는 국가독점체제를 개인독점체제로 전환하는것보다 독점체제의 완전자유화가 중요하며 인플레를 단시일내에 잡는것은 무리라고 전제, 긴축정책보다는 투자를 촉진시켜 실업률을 줄이는것이 보다 시급하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선거기간에도 경제노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지만 모두 패배하고 말았다.

 이제 두사람은 상호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있다.

 야블린스키는 『우리가 서로 협력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연대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총선후 러시아정국은 이들의 연대여부에 따라 상황이 1백80도 달라진다. 제휴에 성공하면 현 내각의 경제팀이 재구성되더라도 개혁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고 일사불란한 개혁추진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자유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성향의 보수파가 의회를 장악, 개혁추진에 시비를 걸고 나올것이다.

 현단계로서는 양측이 쉽게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양측의 제휴가능성이 무산되면 옐친이 정국안정을 위해 지리노프스키를 끌어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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