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쇠고기 등 막판공세 “곤욕”/3일 가트총장 만난후 현실론 급선회/12일하루 4차례 회담 심야 최종타결 12월2일부터 13일. 이 12일간은 한국농민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나날이었다.
정부가 「쌀시장 고수」를 위해 UR협상 고위대표단(단장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을 구성한것은 지난 1일. 허장관은 경제기획원 외무부 재무부 농림수산부 상공부등 5개부처 차관보와 함께 국민들에게 『이 한몸 바쳐 반드시 쌀시장을 사수하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김포공항을 떠났다. 「쌀 사수」에 필요하다면 금융시장 추가개방 요구도 받아들이겠다는 배수진을 친채―.
허장관의 「쌀 사수」의지는 이틀도 되지않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부협상대표단은 3일상오(이하 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슈타이헨EC농업담당집행위원을, 하오에는 제네바에서 서덜랜드GATT사무총장을 만난후 바로 그날 저녁 「쌀사수」라는 이상론을 버리고 「관세화개방」이라는 현실을 택해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했다.
한미 쌀협상의 최고분수령은 4일상오8시 제네바 힐튼호텔에서 열린 김광희농림수산부차관보와 오마라미농무부차관보간의 비공개실무협상이었던것으로 알려졌다. 김―오마라는 이날상오의 「허―에스피」1차회담에 앞서 쌀과 쇠고기등 14개 기초농산물의 시장개방협상 골격을 마련했다.
허장관은 1차회담에서 쌀의 관세화원칙을 받아들이겠다고 미국측에 양보했다.
대신 개도국대우를 내세우며 일본의 쌀개방조건(관세화유예 6년, 이 기간중 최소시장개방 4∼8%)보다 2배이상 유리한 조건을 허용토록 강력히 요청했다. 에스피장관이 특별고려(SPECIAL TREATMENT)를 약속한것도 바로 이때다. 허장관은 5일상오 에스피와의 3차회담을 통해 쌀의 관세화 유예기간 10년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쌀협상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쌀협상이 재가동된것은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미대통령과의 전화통화(7일)가 이뤄진 직후부터다. 허장관은 이날 하오 캔터미USTR대표와의 담판을 통해 일정기간 수입동결을 추가요구한것으로 알려졌다. 허장관은 캔터와의 회담을 마친후 기자회견을 갖고 『최소시장개방폭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며『최소시장개방을 최대한 연기하거나 막아야한다는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관세화 유예기간 초기 일정기간동안의 수입동결(최소시장개방유예)과 최소시장개방폭의 축소를 요구한것이다.
우리측은 미국측 제의에 따라 9일하오 관계부처 차관보급실무자들이 참석한 한미확대회의를 통해 한미통상협상 현안을 논의했다.
강봉균경제기획원대외경제조정실장은 회담후 『쌀문제는 양국 장관회담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며 정치적 절충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때부터 일정기간 수입동결조치가 받아들여질지 모른다는 희망적 관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밝은 분위기는 11일「허―캔터」회담이 무산되면서 사라졌다. 12일로 예정됐던「허―에스피」회담도 실무차원의 협의실패로 하루 연기됐다. 미국은 이때「쌀협상」을 미끼로 쇠고기등 14개 기초농산물시장의 조기전면개방을 요구하고 나선것이다. 우리대표단은 의외의 일격을 받아 고민에 빠졌다. 고위관계자는『미국이 막바지에 파상공격을 펼치고 있다』며 『쌀 때문에 다른 부문의 시장을 추가개방한다는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오마라」실무회담이 12일 하루동안 4차례나 열렸고 마지막 4차회담의 경우 밤11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6시까지 6시간30분동안 진행되는 심야 마라톤회의가 되어버린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한미농산물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쇠고기문제는 「김―오마라」사이의 심야협상에서 최종 타결됐다.
한미양국은 13일하오10시 「김―오마라」실무협상결과를 토대로 「허―에스피」4차회담을 통해 농산물협상을 완전 종결했다.
정부협상대표단은 「쌀 사수」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관세화유예기간 10년, 최소시장 개방 1∼4%」라는 비교적 좋은 협상결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최선은 아니지만 최고의 차선』이라는것이 대표단의 자평이다. 그 증거로 대표단은 관세화유예기간이 일본보다 4년 길고(6년이 넘는 관세화유예기간을 확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최소시장개방 폭도 일본의 절반밖에 안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도 호언했던 「쌀시장 사수」를 내던지고 강대국들의 요구대로 열것은 거의 다 열어준 대표단을 국민들은 어떻게 맞이할까.【제네바=이백만기자】
◇협상대표단 현지협상일지
(현지시간 기준)
12월1일: 협상대표단 파견 결정
2일: 브뤼셀 도착
3일: 슈타이헨 EC농업담당집행위원 면담후 제네바로 이동, 서덜랜드GATT사무총장 면담
4일: 에스피미농무부장관과 1·2차 협상
*관세화개방 수용
5일: 에스피와 3차 협상, 드니시장접근 분야의장 방문
7일: 미키 캔터미USTR대표와 협상, 8일귀국예정 변경(김대통령―클린턴 통화)
9일: 한·미차관보급 전체회의 (분야별협상착수) 호주통상장관 면담
*관세화 10년유예 DFA(UR협정 최종의정서 초안) 반영
10일: 허장관, 드니의장및 일본 스위스호주 뉴질랜드 대사 접촉
11일: 뉴질랜드 무역부장관접촉 (미키 캔터와의 협상 무산)
12일: 차관보간 농산물분야 철야협상
13일: 에스피장관과 최종회의
*농산물 일괄타결
허장관, 협상결과 발표(*는 타결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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