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변천사·선전포고방식 등/다양한 주제에 날카로운 분석 전쟁행위는 인간의 본성인가. 지역마다 전쟁무기가 다르고 싸움방식이 다른것은 무엇 때문일까. 전장에서 사라지는 한 병사의 목숨값은 얼마쯤 될것인가. 인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과 죽음의 드라마」인 전쟁에 관한 모든것을 분석한 책이 최근 발간됐다.
영국의 전쟁학자 존 키건이 쓴 「전쟁의 역사」(노프출판사간·A HISTORY OF WARFARE)는 영국의 왕립사관학교 「샌드허스트」에서 전쟁사를 강의하고 있는 저자의 날카롭고도 해박한 지식으로 가득찬 「전쟁문화사」라고 할만하다.
이 책은 전쟁에 관한 해묵은 논쟁거리중의 하나인 「전쟁행위의 인간본성설」부터 인종이나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무기와 전법의 변천사, 고대 아즈텍 문명의 부족의식이나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독특한 선전포고방식, 일본 도쿠카와 막부의 독특한 무기관리법,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터키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분석까지 흥미로운 주제들로 꽉 차 있다.
전쟁의 인간 본성설에 대해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문화인류학적 사례를 들어 『전쟁도 인간의 발명품이다. 즉 후천적으로 주어진것이다』고 반박한 바 있다.
키건은 이 책에서 『전쟁이 인간본성에서 기인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인류역사에 전쟁이 등장한 이래 4천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싸움걸기」는 인간의 한 습성이 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수한 싸움을 거듭하면서 인간에게는 전쟁중의 긴장과 흥분을 즐기려는 악마적인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냉전이 끝나면서 걸프전을 마지막으로 대규모적인 전쟁은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지만, 몇몇 개발도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핵무기개발이 큰 위협으로 떠오를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제3세계와 선진국의 뒷골목으로 다루기 쉬운 재래식 무기들이 마구 흘러들어가 통제력을 잃은 사람의 손에 가공할 무기가 쥐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의 미덕은 전쟁에 대해 문명인으로서의 비판의식을 지니면서도 논쟁거리나 주제마다 쉽게 도덕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냉철한 분석을 고집하는 저자의 균형된 시각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30여년동안 교단에 섰던 풍부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중세 마구의 변화같은 꼼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추적하여 일반적인 사회과학자와 다른 독창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핵 때문에 군대를 가지 못했지만 사관학교에서 군인들을 가르치면서 누구보다 군대의 생리를 잘 알게 된 그는 『내 삶의 대부분은 영국군에게 바쳐졌다. 그들에 대한 인간적인 애정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라고 밝히고 있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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