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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씨 「사모의 한」 풀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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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씨 「사모의 한」 풀어줍시다”

입력
199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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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의원 등 천3백여명 서명… 방북추진 『저도 효도 한번 하고 늙고 싶습니다. 어머니!』

 육순의 재야운동가 백기완씨(60)의 애절한 소망을 이루어주려는 교수, 국회의원, 예술인들의 서명운동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하대 김영규교수(47·행정학과)가 10월말부터 벌이고 있는 「백기완선생 어머니만나기 일천명 서명운동」은 한달여만에 1천3백여명의 서명을 받아 백씨가 어머니를 만날 수 있도록 20일께 통일원에 서명서를 제출하고 방북을 주선할 계획이다. 

 김교수는 지난 추석때 한국일보에 실린 「아, 어머니」라는 백씨의 추석맞이 특별기고(9월29일자 5면)를 통해 북에 두고 온 어머니를 향해 통곡하는 「불효지곡」을 보고 서명운동에 나섰다. 김교수는 주위의 동료교수들부터 서명을 독려, 교수 1백50여명 이우정 정대철 이철의원등 국회의원 16명 고은 신경림씨등 문화예술인 1백여명 의사, 학생, 시민등 각계 1천3백여명의 호응을 얻어냈다.

 황해도 은율이 고향인 백씨는 해방되던 1945년 어머니와 열일곱이던 누나 인숙씨를 남겨둔채 아버지의 손을 잡고 38선을 넘었다. 그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통일운동의 열정으로 이어져 고문과 감금으로 점철된 질곡의 세월을 버티는 삶의 힘이 돼주었다. 

 백씨는 기고문에서 몇해전 문익환목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인숙이누님이 백발할머니가 되어 나타나 울면서 「우리 어머니는 벌써 돌아가셨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듣고도 『이 기완이가 돌아오기 전에 치가 떨려서라도 어찌 눈을 감으시겠어요』라며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

 백씨의 어머니는 생존해있다면 올해 아흔다섯이 된다. 김교수는 이번 운동의 취지를 『백선생이 최소한 오는 설날에는 어머니를 한번 만나게 해드리고 만약 돌아가셨다면 누님이라도 만나게 하기 위한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새해 설날에는 백씨가 어머니를 다시 만나 어릴 때 듣던 「장산곶매 이야기」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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