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현실분석·대책 잇단기획물 공감/레저면 등 소비문화조장도 많아 불균형 오늘날의 우리 사회의 으뜸가는 주제는「개혁」이다.「개혁」은 신정부 출범이후 지금까지 줄곧 사회적 관심의 중심에 자리잡아 왔다.
개혁은 일차적으로 과거의 잘못을 밝혀내고, 그 책임을 따지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기조위에서 수많은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때 개혁이 갖는 의미는「과거와의 단절」,그리고 「구시대인물의 정리」이다. 그러는 한 개혁은 「인물차원의 일회적 교체」이상의 역사성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참된 개혁은 무엇인가 이보다는 더 폭넓은 종합프로젝트임에 분명하다. 개혁을 위해서는 잘못된 현실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우선 필요하고,미래에 대한 예측과 비전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분석과 전망」이 개혁기의 우리 사회가 힘들여 개발하여야 할 소프트웨어다.
개혁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언론」인들 무관심할 수 없을 것이다. 핵심적 문제영역을 설정하고,적합한 자료에 근거하여 분석하여,현실을 진단하고 처방을 마련하는 일은 굳이 정책전문가들의 독점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관점에서,한국일보의 일련의 현실진단 기획시리즈에 대하여 필자는 후한 평가를 주는데 망설이지 않는다. 최근의 「경쟁력강화 이대로는 안된다」는 이러한 기획시리즈의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에서는 우리 경제의 「뒤틀린 실상」이, 제도 관행 정책이 「솔직하게」 보고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공장」하는 사람이 천대받고 ,땅장사꾼과 돈놀이꾼이 뽐내게 되는 이유,정부의 각종의 규제간섭정책이 불러들인 부패와 비능률의 투기조장의 현실이 각 영역별로, 또 외국과의 비교하에 상세하게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진솔한 현실분석을 마주하면서,우리는 개혁의「당위성」에 대한 막연한 공감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현실감을 얻게 된다. 이제 우리는 우리 경제의 개혁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뿐만이 아니라,구체적 「구조적 재조정」프로그램에 대하여 일종의 안목을 가질수 있게 된다. 한국일보는 특히 이러한 일에 강하다.
이러한 찬사와 더불어 한국일보에 대하여 주문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개혁이 바로 한국일보가 말하듯 이처럼 시급한 것이라고 한다면,이는 1면과 톱기사,기획시리즈에서만 강조될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기획시리즈 말고도 관련지면은 연일 우리 경제현실의 어려움과 어두운 현실을 보도하고 있다. 「고학력 실업자층의 증가」,「자금흐름 이상과 부도의 증가」,「농산물개방이 가져올 국내농업의 붕괴」,「한국노동력 질의 하락」,「내년 물가상승률의 어두운 전망」등 기사는 연일 우울한 전망을 전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연일 새로운 레저스타일의 소개와,해외여행정보와,자동차 드라이브코스의 소개로 넘치는 지면을 우리는 본다. 신진연예인,탤런트의 사생활이 클로스업되고, 외국 팝가수들의 새음반이 해설된다. 한편에서는 절박한 경제현실이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다른 한편에서는 월간 여성지와 흡사한 감성적 소비문화의 조장이 우리를 이완시킨다.
이제 한국일보의 레저,대중문화와 관련된 여러 지면들이 감성적 소비주의의 조장을 벗어나 건강한 어린이 청소년 문화,살아있는 시민문화,깊이있는 민족문화의 창달에 앞장섬으로써 무엇인가 상큼한 생각을 열게하는 페이지로 재구성되기를 바란다. 사회의 개혁이 그러하듯 언론의 개혁,지면의 개혁도 「문제영역」의 발굴과 솔직한 진단,그리고 과감한 구조적 재조정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된다.【서울대 신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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