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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든 여성들의 어깨/사비네 바우어(내가본 한국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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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든 여성들의 어깨/사비네 바우어(내가본 한국 한국인)

입력
1993.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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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면 쉽게 「꿈」포기 “유감” 우리 학교에 신입생이 들어오면 그들은 수업시간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부끄럼을 많이 탄다. 나는 그들이 사회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기 때문에 가끔 묻곤한다. 『당신은 그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 익숙하지 않은것 같아 보인다. 또 많은 학생들은 항상 우울해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원래 다른 대학이나 다른 학과를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첫 수업시간에 그들은 하나의 문장을 배운다. 「나는 중요한 사람이다」라고 독일어로 힘주어 자주 연습한다. 그것을 또한 한국어로 연습한다. 「나의 힘, 나의 희망」. 사실 그것은 연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명인것이다.

 그리고 나면 천천히 그들은 활기를 되찾게 된다. 완전한 생각과 힘으로 넘쳐 연극을 하는데 아무런 억압없이 작품속에서 남성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외에 전문기술을 익히고 전람회를 개최하거나 교내방송을 제작하는 등등….  여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또한 책임을 지는것이 우리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다. 이것은 아주 흥미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4년이란 학창시절이 지나면 그들은 갑자기 다시 소심해진다. 왜냐하면 장래나 직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나는 일반적으로 한국사회가 여성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게 되는지를 알고 있다. 특히 저녁에 TV를 보면 알 수 있다. 첫번째 예는 광고에서 보인다. 신생아 코너에 서 있는 젊은부부중 남편이 『딸도 좋지!』라고 말한다. 부인이 밝은 모습으로 묻는다. 『정말?』 그러나『아들도 좋고!』라고 남편이 다시 말하며 서로 보고 웃는다. 그러나 왠지 아들을 기대하는 남편의 목소리를 난 놓칠 수 없다. 부인은 아마도 심리적 압박을 받을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어머니들은 훗날 여자가 거의 없는 교실에서 여자아이 옆에 자기 아들을 앉혀 달라고 선생님에게 간청할것이다.두번째 예는 가족 드라마에서 나타난다. 부부가 일곱살난 아들과 식사를 하는데 남편이 『물!』이라고 말하면 아내는 그가 요구하는대로 행동한다. 남편은 아내를 마치 하녀처럼 취급하며, 아들에게 모범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아들은 이러한 방식을 그들로부터 배우고 남자니까 여자를 마음대로 지휘할 수 있다고 생각할것이다. 

 세번째 예는 사무실에서 나타난다. 「미스 김」은 차나 커피를 나른다. 그녀는 독문학이나 수학을 전공했으나 이곳에서는 단지 차를 나를 뿐이다. 「미스터 김」은 그 일이 남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어머니는 한탄하세요. 「왜 너는 남동생보다 똑똑하지」』 『전 여목사가 되길 원해요. 그런데 교회에서는 여자 목사를 원하지 않아요』 『독일에서 계속 공부하고 싶고 저도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갖길 바라요. 그러나 부모님은 결혼하라고 재촉하세요』

 놀라운 일은 많은 여학생들이 이러한 희망을 쉽게 포기하며 단지 졸업장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한다는 사실이다. 사회는 끊임없이 여성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우리는 너희들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그러나 운이 좋게도 우리 여학생들에게는 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직업을 구하는데 적극적이신 부모님이 있다. 여성의 삶이 사회 전체를 풍요롭게 만든다는것. 이것을 아마도 한국남성들은 배워야만 할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여성들은 「우리도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배우는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의 힘이며, 우리의 희망인것이다.【서울여대 독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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