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신흥공업국들 저리로 맹추격(「고금리」 벽을 깨자:7)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신흥공업국들 저리로 맹추격(「고금리」 벽을 깨자:7)

입력
1993.12.13 00:00
0 0

◎말연 등 「한자리」앞세워 한국위협/우리보다 고리는 비·인니 2국뿐 한국경제가 고금리의 벽에 가로막혀 휘청거리고 있는 동안 말레이시아등 신흥공업국들은 우리보다 유리한 금융으로 한국제품의 경쟁력을 급속히 갉아먹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해외시장에서 한국제품을 야금야금 밀어내기 시작하자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가 값싼 임금과 낮은 땅값 때문이며 경제개발이 이들보다 한발 앞선 우리로서는 「불가피한것」이라고까지 말해왔다. 그러나 값싼것은 임금과 지가만이 아니다. 금리 또한 우리보다 유리하다.

 동남아 국가중 우리보다 금리(대출금리)가 높은 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정도다. 경제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교역량이 급증하면 돈에 대한 수요가 커지게 마련이어서 금리도 오르는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들 나라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금리를 효율적으로 안정시키고 있다. 전후 일본이 고속성장 과정에서 일관되게 취해왔던 저금리정책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대출금리(11월15일 기준)가 12.4%인데 비해 일본은 3.375∼4.5%, 싱가포르 4.75%, 홍콩 6.5%, 대만 7.75%, 말레이시아 8.1%, 태국 11.25%등이다. 필리핀(14.5%)과 인도네시아(18%)만이 우리보다 높다.

 미국의 한 대기업이 왜 미국제품이 일본제품에 비해 잘 팔리지 않는가를 분석한 적이 있었다. 연구개발비를 따져봐도 미국 기업이 더 많았고 노동생산성도 미국이 더 높았다. 임금과 지가를 분석해 봤지만 큰 차이가 없었다. 오랜 조사끝에 찾아낸 원인은 바로 금리차였다. 일본 기업들은 공식적인 대출금리에 비해 거의 절반가량 수준에서 돈을 빌려쓰고 있다는것이 이 조사의 결론이었다. 법인자본주의라는 일본경제의 특수한 구조속에서 은행이 계열기업에 해당하는 제조업체에 대해 아주 싸게 융자를 해주고 있어 약간의 품질상 차이로는 이러한 금리차에 따른 가격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고임금 고지가에다 고금리 부담까지 걸머지다보니 한때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펴면서 일본과 한국을 배우자던 말레이시아한테까지도 뒤처지게 됐다. 얼마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올해 주요국의 경쟁력 비교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경쟁력은 선진국들은 제쳐놓더라도 신흥공업국 사이에서마저 6위로 떨어졌다. 특히 금융부문의 경쟁력은 지난해 6위에서 10위로 급락했다. 한국의 수출을 지탱하고 있는것중의 하나가 가전제품이지만 이제는 「가전왕국」의 자리도 말레이시아에 넘겨준 상태다. 일본기계수출조합의 「세계 전기제품 수출국 베스트 5」(91년 실적)를 보면 한국은 컬러TV에서 1위, VTR에서 2위, 에어컨에서 4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말레이시아는 전화기에서 1위, 에어컨과 테이프레코더에서 각각 2위, 라디오에서 3위, 컬러TV에서 4위, VTR에서 5위에 오르는등 한국을 제치고 앞서가고 있다. 우리가 여러가지 이유를 내세우며 금리를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을때 우리 뒤를 따라오던 후발개도국들은 고금리 벽을 과감하게 허물고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오히려 이런 나라들을 본받아 「서방정책」을 실시해야 하게 생겼다.

 UR태풍이 불어닥치면서 세계 모든 나라들의 국경이 허물어져 사활을 건 살벌한 경쟁이 불가피해진 마당에 언제까지 지금 같은 「고비용구조」의 멍에를 짊어지고 가야하는것인지, 누구를 위해 무엇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것인지 심각하게 한번 생각해봐야 할 때다.【이상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