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안 가능성 1%이하… 0%도 아니다”/막판 낙관·비관 갖가지설만 쌀 협상은 실무선을 떠났다. 우리의 추가 요구사항이 관철되느냐의 여부는 이제 클린턴미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다. 한미 양국은 우리나라 쌀개방조건과 관련, 「관세화 유예기간 10년, 최소시장개방폭 3∼5%」를 합의해 놓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미국에 대해 「최소 3년 수입동결」 또는 「최소시장개방폭 2∼4%」를 요구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추가요구는 현행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규범(둔켈초안)상 수용하기 어려운 사항이긴 하나 클린턴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하여 주요 이해당사국들을 설득시키면 불가능한것만은 아니라는게 우리측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우리측의 고위관계자는 『우리의 추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1%이하지만 그렇다고 0%는 아니다』라며 바늘구멍같은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
9일상오(현지시간) 제네바 미무역대표부(USTR)사무소에서 열린 한미고위실무자회담도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강봉균경제기획원대외경제조정실장은 회담후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어렵다고 이야기됐던 사항들이 집중 논의됐다』며 『이것은 실무선에서 이야기될 수 없는만큼 11, 12일 연속으로 열리는 허신행장관과 캔터 USTR대표 및 에스피농무부장관 사이의 회담으로 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실장은 제네바에서 차관보급 실무자회담이 농산물 금융 공산품등 3개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될것이지만 쌀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의되지 않을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쌀문제는 11일의 「허―캔터」회담과 12일의 「허―에스피」회담에서 최종결정되게 될것이다.
GATT측은 9일 수석대표회의를 열어 12일 밤12시까지 UR협정의정서 초안을 완료하여 책자를 각국에 배포키로 결정했다. 각국 정부가 이 초안을 검토할 기회를 준 다음 15일에 열릴 무역협상위원회(TNC)에서 공식 채택하겠다는것이다. 이런 일정이라면 우리의 쌀시장개방 협상시한은 12일이다.
클린턴대통령이 우리의 추가요구사항을 받아 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만한 배경은 몇가지 있다.
첫째는 클린턴대통령의 UR협상과 관련한 김영삼대통령의「밀월전화」를 받아 줬다는 점이다. UR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여러 나라의 국가원수들이 클린턴대통령에게 「전화통화」를 요구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목적은 간단하다. 자기나라의 현안이 잘 처리되도록 해달라는 일종의「민원」이다. 백악관은 이같은 전화통화신청을 거의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는것이다. 그런데 김대통령의 전화를 받아준것은 뭔가의 사전교감이 있었던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가져볼만 하다는게 우리측의 분석이다.
둘째는 에스피장관과 캔터대표가 우리의 요구사항에 대해 기대이상의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것이다. 특히 에스피장관은 허장관과의 3차례 협상과정에서 우리측 요구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나 그때마다 옆자리에 배석한 오마라농무부차관보가 정중하게 제지하는 바람에 무산되곤 했던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실무자급인 오마라차관보의 손을 떠난만큼 장관급이상 고위인사의 정치적 결단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보다는 비관론이 더 지배적이다. 미국정부의 의사결정과정은 우리와 달라 실무과정에서 공식합의된 사항은 장관이나 대통령이 「함부로」 수정할 수 없는게 관행화돼있다. 또 UR라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세계지배를 강화하려는 미국이 스스로 UR규범을 원칙없이 어겨 회원국들로부터 비난을 받으려 하지 않을것이다. 미국이 UR규칙을 어겼을 때 미국의 지도력은 그만큼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쌀」과 「금융」을 연계시키는 협상도 물건너갔다.
강실장은 『미국이 쌀문제와 관련해서 추가요구를 한것도 없고 우리가 추가양보하겠다고 한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국을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협상을 순조롭게 진행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양보해야할 사항이 많을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측은 오히려 우리나라에 대해 UR다자간회의에서 반덤핑규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모든 사항을 고려해 볼 때 「쌀수입3년동결」이나 「최소시장개방폭 2∼4%」가 받아들여질 확률은 1%이다.【제네바=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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