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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이웃 시간강사(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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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이웃 시간강사(1000자 춘추)

입력
199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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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라는 친구는 지금 시간강사 3년째이다. 세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데 한 곳에서 한 과목씩 일주일에 모두 9시간을 맡고 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시간당 1만원에서 1만4천원을 받으니까 한달에 대략 40만원을 번다. 그는 국민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두고 있다. 시간강사 수입만으로 도저히 생활할 수가 없어 번역일을 하고 아쉬울 때마다 부인이 친정에 가서 손을 벌린다. 박은 소위 말하는 국내파다. 인문학의 경우 입학에서 졸업까지 대개 5∼8년이 걸리는 박사과정을 그는 지금 6년째 다니고 있다. 인문대에는 교수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가 없기때문에 그의 수입은 시간강사료가 전부다. 학위과정이라 본교에서 한 과목, 그리고 다행히도 대전에서 한 과목 출강한다. 삼십대 중반이라 아이 유치원비도 만만치 않게 나가는데 생활은 중학교 교사를 하는 그의 아내가 떠맡고 있다.

 나도 전임이 될 때까지 이 긴 터널을 지나야 했다. 끝을 알지 못한채 지나야 하는 터널은 더욱 어둡고 깊기만 하다. 그러나 누가 등떼민 게 아니라 제가 좋아 선택한 길이니 불평을 늘어놓을 수는 없다. 게다가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어려움이야 사치스런 불평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굳이 시간강사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들의 상황이 너무도 열악해서 조금이나마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때문이다.

 이제 곧 방학이다. 방학은 이들에게 춘궁기를 의미한다. 대학강사들에게는 철저하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어 방학 두달동안 강사료가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일정한 소속감도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없다는데 있다. 매 학기마다 자리를 얻기 위해 여기 저기 뛰어야하고,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자기 목소리 한번 크게 낼 수 없다. 고정직장이 없어 지역의료보험에 가입해야하고 휴강을 감수하며 동네 민방위훈련에 나가야 한다. 대학졸업하고도 최소한 10년은 이런 어려움을 겪어야 하니 속병이 걸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새해에는 우선 이들의 최소한의 요구조건인 시간강사 월급제라도 실시되기를 빌어본다.김용민 (연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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