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떼를 지어 몰아닥친다고 하더니 오늘의 우리농촌과 농촌경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주곡인 쌀시장개방의 결정으로 전국이 충격에 빠져있는 사이에 이번에는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등 주요축산물등 14개 비교역적기능품목(NTC)도 95년부터는 개방케 돼 농촌경제는 광복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게됐다.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은 7일 제네바에서 가진 미키 캔터미무역대표와의 협상에서 쇠고기등 14개 비교역기능품목의 시장개방문제와 관련 ▲쇠고기등 4개품목은 고율관세 ▲감귤등 5개품목은 실링관세 ▲보리등 5개품목은 관세화개방등 3가지 방식으로 개방키로 한것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14개품목 어느것 하나 이해당사자로서는 중요하지 않은것이 없겠으나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유제품등 쌀다음으로 농촌에서 주요소득원이 되고있는 축산물들에 비록 고율관세를 부과한다고는 하지만 95년부터 완전개방 된다는데 당혹치 않을 수 없다. 고율관세가 국내축산업계로서는 유일한 보호막이 되는데 고율관세가 「예외없는 관세화」에 따른 관세상당치(TE=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의 차이만큼 부과되는 관세)보다 낮기 때문에 수입품들이 국내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것이다.
품질에서도 미국산등이 국내축산물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으므로 일단 시장의 빗장이 열리게되면 국내축산물들은 사실상 설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것이다. 더욱 우려되는것은 불과 1년뒤에 완전개방되는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시간이 없다는것이다. 그냥 앉아서 기습공격을 당하는것과 같다.
우리나라 축산업이 농가부업형의 가족축산과 전문적 기업형축산이 병존하고 있고 양돈·양계는 기업축산이 본격적으로 생성되고 있는 때에 이와같이 시장이 개방되어 농촌과 농촌경제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쇠고기는 그동안 열악한 경쟁여건아래에서도 수입제한으로 40%의 자급률을 유지했었으나 이것이 격감될것은 자명하다. 쇠고기는 농가부업의 주요원천이라는 점에서 그 파급영향은 심대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축산도 그 규모가 미국등과 비교해서는 영세한 규모이나 우리로서는 상당한 숫자이다. 양돈의 경우 1백마리이상을 기르는 1만여농가가 국내돼지고기생산량의 82%, 육계(고기닭)는 5천마리이상을 키우는 2천2백여농가가 전체 달걀 생산량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축산도 한우·비육우·젖소등 소를 제외하고는 전문화·대형화되는 추세인데 본질적으로 미국과는 경쟁이 불가능하다.
정부로서는 경쟁력이 없다고해서 축산을 그대로 방치하기도 어렵다. 쇠고기의 경우처럼 한우와 수입쇠고기를 차별화하는 국지적인 대책이나 대형화, 자동화를 촉진, 원가를 절감하는 수밖에 없을것이다. 정부는 축산농가의 충격흡수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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