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국민설득에 도움안돼” 판단/당정개편으로 이어질지 큰 관심 김영삼대통령은 9일 상오 쌀시장 개방문제와 관련한 대국민 특별담화를 발표한다. 미국방문을 끝내고 귀국하자마자 이 문제가 터진후 보름 가까이 견지해온 침묵을 깨는 셈이다. 김대통령의 담화발표는 쌀시장 개방문제로 집권후 최대의 시련을 안겨주고 있는 「쌀정국」수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예상대로 정면돌파의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 담화에서 쌀시장 개방이 불가피하게된 경위를 설명하고 이를 막지못한데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히 사과할게 확실하다. 구구하게 변명하거나 소관부처 각료의 책임을 묻기보다 허심탄회하게 국민앞에 서겠다는것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쌀시장 개방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대국민 발표를 놓고 그 시점을 언제로 할것이냐와 대통령이 직접 나설것이냐에 대해 여러가지로 숙고해왔다. 김대통령이 9일 직접 나서기로 한것은 쌀시장 개방반대 궐기대회와 클린턴대통령과의 전화통화가 있었던 지난 7일 결정된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시점선택에 있어서는 우선 쌀문제로 밀어닥친 파고의 한 고비를 넘겼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을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부분적으로는 계속되겠지만 7일의 쌀시장 개방반대 궐기대회가 큰 불상사없이 끝난데 대해 청와대는 안도하고 있다. 이날 또 국회에서는 새해예산안과 안기부법개정안 및 추곡수매안이 무사히 통과됐다. 강행처리시도 실패가 쌀문제와 겹쳐 김대통령을 더욱 곤혹스럽게 했었는데 현안중 하나가 처리돼 부담을 덜게 된것이다.
무엇보다도 클린턴대통령과 전화를 통해 사실상의 쌀문제 담판을 벌인 뒤라는 점 역시 크게 고려된것 같다. 청와대는 쌀문제와 관련된 통화내용은 현재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클린턴대통령이 우리 입장을 이해한다는 뜻을 밝혔을뿐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는 없었던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8일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 내용이 협상테이블에서 어떻게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며 『우리는 기대하며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희망이 없는게 아니지만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어찌보면 청와대는 앞으로의 협상결과에 관계없이 김대통령이 실무선에만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서서 정치적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국민앞에 보였다는 점에 의미를 두는 눈치이다.
김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는 당초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과 에스피미농무장관의 최종협상이 끝나는 12일께로 예상됐었다. 따라서 그 시점이 앞당겨진 이유를 클린턴대통령과의 전화담판에도 불구하고 협상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일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또 어차피 협상이 개방불가를 관철하기 위한게 아니고 개방조건을 놓고 진행돼온것이므로 협상 종료때까지 마냥 침묵을 지키고 있기가 어려웠을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대통령이 대국민담화 발표를 통해 정국수습에 나선만큼 그 수습안이 당정개편으로까지 이어질지가 관심사이다. 당정개편안에 대해 회의적인 정가관측통들은 김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나선 마당에 내각이나 당 청와대참모들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더 줄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여전히 문책차원만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한 매듭을 짓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대대적 당정개편은 있어야할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청와대 분위기로는 김대통령이 당정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의 전격적인 인사스타일로 보아 속단할수 없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김대통령은 쌀시장 개방문제로 정국이 소용돌이 칠때도 여전히 각계의 여론수렴 채널을 통해 묵묵히 의견을 들어왔다는 것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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