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자존심이 문젠가” 경기침체로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3D업종에까지 고학력자들이 몰리고 있다.
검침원·운전기사등을 모집하는 10급 기능직 시험에 대졸자들이 대거 응시하는가 하면 신분보장이 안되는 보험모집인·학습지 판매원등의 직종에까지 대졸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의하면 보험모집인은 과거 고졸출신 주부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에는 남녀 대졸자들도 시험에 대거 응시하고 있다.
특히 80년대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남성 보험모집인이 90년부터 급격히 증가해 지난달말 현재 1만7천여명이나 되며 이중 4천8백38명이 대졸 출신이다. 협회관계자는 『보험모집 직종은 신분이 불안정하고 보수도 낮은 3D업종으로 인식돼 그동안 대졸자들이 기피해 왔으나 실업인구의 고학력화 현상이 나타난 90년초부터 대졸출신 보험모집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졸자들의 대표적인 기피업종이었던 영업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우자동차가 올해 채용한 대졸 영업사원 3백50여명중에는 대학원 졸업자와 명문대 출신이 20여명이나 돼 회사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취업난은 공무원 공채시험에도 반영돼 서울시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지방공무원 공채결과 최말단인 일반행정직 9급 합격자의 61.1%가 대졸자였으며 대재와 전문대졸업자가 19.4%를 차지했다.
특히 검침원·운전기사·타자수등을 모집한 10급 기능직 합격자중에도 대졸등 전문대졸 이상이 20.8%나 됐다.
91년 서울의 사립대인 S대 영문과를 졸업한 김모양(25)은 번번이 대기업체 면접시험에서 낙방하자 올해초부터 친척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양은 『고학력 실업난의 심화로 대졸 여성들의 취업이 더욱 힘들어지면서 명문대생이라는 자존심을 내던지고 속셈학원 강사·보험모집인·학습지 판매원등으로 취업하는 후배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전문가들은 『대졸 취업률이 3년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다 향후 경기전망도 불투명해 근무조건이나 보수에 앞서 일단 취직하고 보자는 풍조가 갈수록 확산될것』이라고 전망했다.【고재학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