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라운드(UR)의 농산물협상에서 한국과 프랑스는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낄만 하다. 우선 두 나라는 미국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거의 고군분투에 가까운 싸움이다. 프랑스는 유럽공동체(EC)내에서도 사면초가 신세다. 독일과 영국까지도 협상의 「적군」인 미국의 편을 들면서 「아군」인 프랑스에 이제 그만 고집을 꺾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도 이제 단기의 몸이 됐다. 일본을 비롯해 쌀의 관세화를 반대했던 우군들은 모두 무너졌거나 이미 전투를 끝냈다.
두 나라에는 농업과 농민이 갖는 의미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각별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유럽 최대농업국이며 전국토의 절반이상이 농토인 프랑스 국민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흙」에 대해 남다른 애정과 향수를 지니고 있다. 기름지고 광활한 농촌은 프랑스인들에게 문화와 삶의 뿌리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그래서 두 나라에 있어 농촌을 잃는다는것은 경제·정치적 의미이상의 사회·문화적 의미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두 나라가 끝까지 가장 전투적으로 UR농산물협상에 임하고 있는것은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바로 이같은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싸움은 우리와 다른 구석이 있다. 그들에게는 치밀한 전략과 함께 자존심과 배짱이 엿보인다.
프랑스는 협상에서 미국을 피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끌려간 적도 없다. 물론 한불간에 국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프랑스협상대표의 「당당함」은 부러울 정도이다.
미테랑대통령은 『남의 문은 열게하고 자신의 문은 지키려는 미국의 태도는 이기적』이라고까지 서슴없이 말해왔다.
그렇다고 결코 쉬쉬하지도 않았다. 오래전부터 정치지도자들의 끊임없는 토론을 통해 국민의 이해를 구해왔다. UR협상안을 의회표결에 부치겠다고 으름장도 놓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는 국제적 비난은 받을지언정 데드라인을 눈앞에 두고도 허둥대거나 비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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