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성 대통령에 의견개진”/“민심수습” 조기에 단행 가능성 당정개편의 시기가 임박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이미 예고됐던 일이기는 하지만 쌀문제로 인한 정국의 파고가 높아지는것과 맞물려 당정개편은 점차 기정사실화 돼가고있다. 청와대에서는『개편계획이 없다』는 공식입장외에 한마디 언급이 없지만 당정개편은 시간문제라고 보는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개편시기에 대해서는 정기국회폐회일(12월18일)직후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오는12일 UR협상이 최종 마무리되면「쌀정국」의 수위가 최고도에 오르게된다는것이다. 그러면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국면전환을 해야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될것이고 그 해법은 당정개편이라는것이다. 쌀문제가 제기되기 전까지만 해도 연말설·연초설등이 거론되다가 취임1주년설이 유력해 보이기도 했으나 이제는 앞당겨질수밖에 없다는 관측들이다.
민자당도 드러내놓고 말은 안하지만 역시 당정개편이 임박했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6일 국회에서 쌀수입개방문제와 관련한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뒤 한 참석자는『우리가 바로 개편대상일텐데…』라고 말을 흐렸다. 아무도 당정개편의 가능성을 부정하지않고있는것이다.
그러나 개편의 구체적 징후는 아직 없다. 김영삼대통령은 쌀문제를 비롯한 UR협상의 대책을 강구하는데만 온신경을 쓰고있는것같다. 청와대 참모들에게 개각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지시했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하지만 김대통령의 인사스타일로 보아「복안」이 서있을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더욱이 인사에 관한한 워낙 전격적인 방법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조용한것은 오히려 폭풍을 예고하는 측면도 있다는것이다. 민자당의 한 중진의원은『개인적 판단이긴 하지만 멀지않은 시기에 당정개편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확정적이다』고 말한다. 공식·비공식을 막론하고 대통령 주변의 모든 채널을 통해 당정개편의 불가피성이 전달됐다는것이다. 김대통령이 이같은 의견개진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론을 잘 알고있는것은 분명하다.
비단 쌀문제가 없었더라도 당정개편의 이유와 필요성은 충분히 있어왔다.우선 내각의 경우 효율성의 측면에서 현저히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출범때부터 갖가지 잡음이 생겨났지만 개혁내각으로서 10여개월이 되도록 국민의 마음을 살수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다.중요현안이 터질때마다 각료들의 손발이 맞지않았고 독불장군식의 대책이 속출했는가하면 몇몇 장관의 경우 사태파악 능력이 의심받기도 했다. 여기에 관료사회의 전반적인 무기력과 무소신주의까지 겹쳐「일못하는 정부」라는 인식이 팽배해져온게 저간의 사정이다.
쌀문제만 해도 꼭 내각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됐다. UR협상이 벼랑끝에 와있는데도 불구하고 불과 며칠전까지「쌀개방절대불가」만을 되뇐 정부가 무책임해보이는것은 당연하다. 지금에 와서『강대국의 압력에 못이겨 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것으로는 농민과 야당을 설득하기 어렵다.
민자당의 경우도 내각의 평점과 크게 다를바 없다. 물론 3당합당에서 비롯된 당내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민자당이 김대통령의 개혁조치를 훌륭히 뒷받침해 왔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이번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여당의 무력함은 김대통령의 국정장악력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게 중론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것은 김대통령이 취임이후 처음으로 맞는 정치적 위기가 당정개편이라는 해법으로 풀릴 수 있느냐는데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에 당정개편이 단행되면 이는 단순히 사람을 바꾼다는 차원을 넘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일대 변화를 예고하는것이라고 파악하는 사람도 적지않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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