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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라인이라도 동원하라(사설)

입력
1993.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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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결국 쌀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주사위는 던져진것이다.  한국의 농촌과 농촌경제는 이제 존폐의 위기국면을 맞게됐다. 6백만 한국농민들에게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됐다. 한심스러운것은 쌀시장개방문제에 대해 주무부처인 농림수산부를 비롯, 정부자체가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것이다. 허신행농림수산부장관은 4,5일 이틀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에스피미농무장관과 3차례 협상을 갖고 유리한 개방안을 얻어내기위해 마지막 노력을 했다고 한다. 한국은 허장관자신의 말마따나 7년동안 힘써온 「쌀시장개방절대불가」에 종지부를 찍고 이제는 개방조건을 일본보다는 유리하게 하겠다는 생각아래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것이다.

 허장관은 ▲쌀의 관세화유예기간을 10년 ▲이 기간동안의 최소시장접근폭을 첫해는 3%, 마지막해는 5%수준이하로 해줄것을 요구한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에스피미농무장관은 한국에 대해서 일본수준(관세유예기간 6년, 최소시장접근 4∼8%)이상 유리하게 차별화할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것이다. 이제 한국은 7일로 예정돼있는 허장관과 미키 캔터미무역대표 회담에 기대해보는수밖에 없게됐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각료차원 이상의 특별한 정치적 협상력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허·캔터회담에서도 별로 소득이 없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점이다. 미키 캔터미무역대표도 허장관이 면담하거나 회담했던 르네 슈타이헨EC농업담당집행위원과 에스피농무장관이나 다 같은 배를 타고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쌀시장개방불가의 원칙을 철회하고 다만 개방조건의 유리화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배려를 계속 거부하고있는것은 미국측이 한국을 내려다보는데 큰원인이 있기도 하지만 정부의 협상력이 너무나 빈곤하다는데 보다 큰 책임이 있다하겠다. 정부는 이번의 쌀시장개방문제에서 「쌀시장개방절대불가」만 내세웠지 전혀 전략, 전술이 없었다. 미국 일본 EC등 세계경제의 3대주역이 쌀문제에 대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전혀 알지못했다. 전혀 정보가 결핍했다.

 「예외없는 관세화」의 수용을 밝힌 지금 이 시점에서도 우리는 일의 쌀시장개방에 대한 미·일의 합의내용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갖지 못하고있다. 현재 상당한 진척상태를 보이고 있는 미·EC의 협상진전에 대해서도 알지못하고있다. 「쌀시장개방절대불가」만해도 이를 정책으로 선택했으면 세계경제가 국제화하는 상황에 덮어놓고 「불가」만 되풀이할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합리적인 전략과 전술등 대응정책을 세웠어야 했다.

 정부는 「개방불가」의 견지이건 철회이건 아무런 정책이나 대책이 없었던것이다. 정부는 「개방불가」의 국민정서를 탓하지만, 위기관리능력의 부재를 극명하게 드러낸것에 다름아니다. 어쨌든 현국면을 슬기롭게 대처해야한다. 정부가 갖고있는 협상력을 총동원하는수밖에 없다. 한·미정상간의 핫 라인이용도 시도해볼수있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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