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어떻게 살라고 “쉬쉬”했나/식량무기화 당할것 뻔해/엎질러진물… 경쟁력시급/수입쌀 싸다지만 시간지나면 오를것 쌀시장 개방방침이 전해진 5일 국민들은 그동안의 약속을 하루아침에 뒤집은 정부의 행위에 분노와 허탈감을 표시했다. 농민들과 시민단체등은 그동안의 정부약속은 7년이나 끌어온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무능을 감추기 위한 국민기만 행위였다며 김영삼대통령의 공약이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태도를 밝히지 않는 정부를 비난하면서 이같이 무책임하고 정정당당하지 못한 자세가 쌀문제의 해결에 장애가 돼왔다고 지적,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실상을 알려 대비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장수씨(30·쌀개방저지 범국민비상대책위 대변인)=정부가 시간을 놓쳐 협상에 실패한것에 대해 분노와 실망을 느낀다. 일본과의 공동연대만 믿다 일본이 빠져나가고 이런 꼴을 당한것이다.
쌀수입개방은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개방여부는 반드시 국민투표에 부쳐야한다. 이런 절차없이 정부가 쌀시장개방을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면 농민들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치게 될것이다.
▲정영채교수(57·중앙대·축산학)=한국은 다른 나라보다도 협소한 국토라는 취약성이 있어 농업이 보호·육성돼야 했는데 역대정권은 보호나 육성은 물론 전혀 투자를 하지 않았다. 쌀수입개방으로 식량무기화는 현실로 등장할것이고 쌀가격은 대국메이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될것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쌀수입개방을 예상, 농업에 대한 연구지원과 대책을 강구해 와 큰 걱정은 없을것이다. 결국 우리는 당분간은 쌀개방으로 값싸게 먹는다고 좋아할지 모르나 후손들이 10∼15년후부터 비싼 쌀·쇠고기를 먹을것은 너무나 뻔한 사실이다. 쇠고기도 처음 호주서 수입할 때 싸게 들여왔으나 해마다 조금씩 올라가 수입선을 바꾼 사실이 있지 않은가.
▲전기호교수(56·경희대·경제학)=개인적으로 쌀개방을 찬성하지 않았으나 현실로 됐다. 이제 유예기간을 많이 얻어 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은 소농·노동집약성격을 띠어왔기 때문에 하루빨리 대농·위탁경영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앞으로 이농으로 도시문제등 사회문제가 크게 일어날것이므로 사회보장의 관점에서 농촌고령자들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야 할것이다.
▲이지영씨(26·한국농어민후계자연합회 정책조정실)=배신감을 느낀다. 쌀시장고수는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사항이고 정부는 계속해서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해왔는데 이제와서 개방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결국 이미 개방방침을 정해두고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국민을 속인것이 아닌가. 문민정부라도 이렇게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것이다. 정부에 대한 신임도가 극도로 떨어질것이다.
▲정하영씨(32·경기김포군 농민회)=쌀시장 개방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오늘 하루를 허탈감 반 불안감 반으로 보냈다. 더 이상 살 길이 막막하다. 쌀을 개방하면 농업이 망하고 농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
미리 대비했으면 충분히 막아낼 수도 있었는데 농촌을 무시해온 위정자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농민들은 이제 농촌을 떠날 수 밖에 없게됐다. 마지막 남은 기간만이라도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기복씨(58·농민·경북 경산군 압량면 신대1리)=농민이 기댈 곳이 없어져 앞으로 모두가 도시로 옮겨갈 수 밖에 없게 됐다. 쌀시장개방을 않겠다고 공언해온 정부가 이렇게 갑자기 시장개방으로 정책을 바꿀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다.
▲박경희씨(30·주부·경기 과천시 별양동)=외국쌀을 먹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우리쌀시장을 개방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쌀시장개방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모르지만 아쉬운 점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 너무 근시안적이고 무사안일로 일관해오지 않았나 하는것이다.【남경욱·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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